[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의 배경인물로 지목되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빙상연맹 부회장)가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기술위원이 되기 위해 삼성의 지원을 받고, ISU 핵심 내부 관계자로부터 내부 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동희 MBC스포츠플러스 기자는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통화에서 전명규 교수가 ISU 핵심 내부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박 기자는 "김재열 전 회장(빙상연맹 전 회장,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ISU의 집행위원에 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게 2016년 4월 11일이다. 이 이메일은 2016년 3월 27일 전명규 교수에게 ISU 내부자가 정보를 교환한 것"이라며 "삼성에서 전명규 교수를 밀어주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목이 있다"고 밝혔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기자는 '어제 삼성측에서 나온 분으로부터 감동을 받았다',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였고 그 이후에는 삼성 휴대폰을 줬다', '선물에 대하여 감사의 말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는 메일 내용을 설명하며 "(삼성으로부터)휴대폰과 환대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저희가 ISU 핵심 내부 고위직으로 판단하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당신'은 전명규 교수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김 전 회장의)공식 발표 보름 전부터 전명규 교수가 ISU핵심 관계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던 내용"이라며 "이 메일을 보면 기술위원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예비 후보와 ISU 특정 고위층이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까지도 자세히 명시를 해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이 메일만 보고 판단했을 때 집행위원에 도전하려고 했던 김재열 전 회장도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사전에 정보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되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열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사위로 김 전 회장이 전명규 교수와 함께 각각 ISU의 집행위원과 기술위원이 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이 개입한 정황이 보인다는 것이 박 기자의 설명이다. 권금중 성남빙상연맹 실무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빙상계에는 독재만 있을 뿐"이라며 빙상연맹의 '전명규 독재' 체제가 이어지고 있고, 그 배경에는 김재열 전 회장의 지지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로비 정황에도 불구하고 전명규 교수는 ISU 기술위원이 되지 못했고, 김재열 전 회장만이 ISU 집행위원으로 들어갔다. 박 기자는 그 이유로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의 반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전명규 교수가 동계영계재단과 유사한 단체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삼성이 최순실 씨가 만든 동계영재센터에 돈을 넣게 되면 자기가 만들려는 곳에 돈이 들어 오지 않아 삼성이 그쪽에 돈을 넣는 걸 반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김종 전 차관이 보복 차원에서 문체부가 힘을 줘 (전 교수가)기술위원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고 제보자는 확인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전명규 교수가 ISU 내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한테 답장을 썼다"며 그 안에는 '나는 당신이 김재열 회장과 긴밀한 연락을 하기를 바란다', '나의 가장 큰 목적은 기술위원이고 이번에도 기술위원으로 일하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 기자는 "전명규 교수와 김재열 전 회장 측 간에 기술위원과 집행위원을 동시에(해서) ISU에 영향력을 넓히려 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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