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는 충격적이다. 존재하지도 않은 주식이 거래가 되고 실제 금액으로 전환되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삼성증권 직원 하나가 잘못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모럴해저드에 빠진 삼성증권 직원 16명의 탓으로 국한시키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공매도 폐지;
삼성증권의 부도덕한 주식시장 교란 사태, 주식거래 시스템 붕괴

주식 시장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신뢰가 깨지는 순간 그 모든 것은 허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보이지 않는 숫자 놀이로 엄청난 돈이 오가는 주식 시장은 그래서 위험성도 산재한다. 주식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투기 자본이 설치는 장이기도 하다.

한때 가상화폐가 주식 시장을 대체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식 시장보다 더 강력한 투기 현장은 많은 이들에게 한 몫 챙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블록체인 자체가 가져올 미래 사회의 가치는 가상화폐로 인해 부정적 시각을 새겨놓고 말았다.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령주식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상화폐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가상화폐 사기 사건까지 일어나며 대중의 시선 역시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증권 사태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가상화폐보다 못한 주식 거래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사건은 삼성증권 자사주를 산 직원들에게 배당금 주당 천 원씩을 줘야 하는데, 천원이 아닌 천 주라고 잘못 기재하면서 발생했다. 원이 주가 되면서 단위 자체가 바뀌었다. 삼성증권의 시가 총액은 3조 4000억이었다. 하지만 배당금으로 풀린 금액이 112조에 달했다.

자기 자본의 33배나 높은 금액이 통용되었다. 단순히 전산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지급된 주식으로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은 자들도 나왔다. 물론 삼성증권 직원들이지만, 일부는 300억이 넘는 돈을 주식 매도로 얻었다고 한다.

삼성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한 회사가 잘못 보낸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직원들보다 그렇게 만든 삼성이라는 조직이 문제이기도 하다.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은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가 가능한 것이다. 두 분류의 공매도 형식 중에서 국내에서는 제 3자에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만 허용되고 있다.

커버드 쇼트셀링(Covered Short Selling)으로 불리는 이 방식도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진 자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주식 시장. 그리고 이를 거래하는 거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식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성증권만이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 역시 공매도를 통해 엄청난 시세 차액을 챙겨온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에서 공매도 폐지 요구는 당연해 보인다.

"주식 배당 입력 오류가 났을 때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고, 관리자가 이를 정정하는 절차 및 감시 기능도 없었다. 내부 통제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노출됐다. 금감원 대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이번 사고 계기로 내부 통제 및 주식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

논란이 커지자 9일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태 발생 직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비난 받았던 금감원은 뒤늦게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입력 오류를 차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 감시 기능도 없는 무법천지 상태였다고 삼성증권을 판단했다. 이 정도 무능에 부패한 집단이라면 삼성증권 자체가 주식 거래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발행하고 매매까지 이뤄지는 동안 주식 거래 시스템은 아무런 작동도 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이들의 '유령 주식'으로 수익을 얻는 부도덕한 집단이나 개인들이 존재했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다.

삼성증권 발행 주식 수는 8900만 주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주식 수의 31배에 달하는 28억 1000만주가 증권사 마음대로 발행되었다. 존재할 수도 없는 주식이 만들어지고 실제 장내에서 거래되었다는 점은 경악스러운 일이다. 이 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지만, 삼성증권 측의 대응은 답답한 상황이다.

회사 경고에도 불구하고 직원 16명이 장내에서 매도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 자부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삼성에서 벌어진 현실이다. 누구보다 주식 매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춰야 하고 신뢰를 받아야 하는 자들이 매도 금지 요청에도 매도한 사실은 바로 삼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삼성공화국에서 벌어지는 이 기괴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국민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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