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다. 국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1월 대법원에 상고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국회 사무처는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면 국익을 해치고, 행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가 상고이유서를 통해 주장한 특활비 비공개의 이유가 거창하기는 하지만 근거는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는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할 경우 국회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고도의 정치적 행위’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국회 특수활동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 국회 주장을 허무맹랑한 것으로 만든다. 시시콜콜 따질 것 없이 과거 발언만 상기해봐도 결론은 쉽게 나온다.

[단독] '특활비 내역' 공개 못하겠다는 국회…대법에 상고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15년 홍준표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원내대표는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가 나옵니다. 내 활동비 중에 남은 돈은 내 집에서 생활비로 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말만 특수활동일 뿐 쓰임새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국회 특활비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발언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자 기억의 착오라며 공적인 곳에만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토록 수상한 것이 바로 국회 특활비라는 심증을 키워준 사례라 할 것이다.

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통해 “기밀로 볼 만한 내용이 없고, 국회 활동은 원칙적으로 공개해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다”고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무리 의도적으로 난독의 묘를 더한다고 하더라도 생활비와 ‘고도의 정치적 행위’ 사이에는 접점을 찾을 수도 없고, 연결 지을 수도 없다. 그저 국회의 일방적인 우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국회 사무처는 “특수활동비 수령인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보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민의 대의기관에서 할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2심 모두 패소한 국회가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상고이유서를 채우며 대법원 상고심까지 치르겠다는 것은 일종의 사법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이유를 모두 떠나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의 목적에 따라 정부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신랄하게 따져왔다. 그런 과정에서 특수활동비라는 ‘묻지마 예산’의 잘못된 관행과 범죄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모든 부분의 특수활동비를 철저하게 공개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다. 국회라고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생떼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국회 특활비는 그저 국회의원 개인의 쌈짓돈에 불과하다. 국회만 국가 예산을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다른 정부기관들보다 더 투명하게 예산을 써야 하는 곳이다. 특활비 공개가 국익을 해친다는 국회의 터무니없는 특권의식이야말로 국익에 해가 될 뿐이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고, 오만한 태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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