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은 지난 주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벌인 민간인 사찰을 다뤘습니다. 공직윤리를 감시한다는 그들이 왜 민간인을 사찰하고 부당한 압력으로 일터에서 쫓겨나야 했는지 그간의 과정들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명쾌하게 담아냈습니다.

빅브라더를 꿈꾸는 MB정권, 레임덕은 시작되었다

1. '쥐코'의 추억과 표적 수사의 흔적들

미국 유학생인 제이 박이 만든 동영상 '쥐코'는 미국 의료보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다큐멘터리 '식코'를 패러디해서 제작한 20여 분짜리 동영상입니다. 2008년 처음 국내에 소개되면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수많은 공간에 퍼졌던 이 동영상을 올린 단 한사람은 그 후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던 김종익씨는 국민은행에 입사해 고졸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행장에까지 올랐던 인물입니다. 그 후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국민은행의 하청업체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행이었던 '쥐코' 동영상을 보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잠시 올려놨던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단지 지인들만이 하루 2, 30명 정도 오가는 전형적인 개인 블로그에 당시 유행했던 동영상을 올린 것만으로 그의 인생은 철저하게 파괴되어갔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동영상을 내리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그는 블로그까지 폐쇄했지만 이미 작정하고 달려드는 그들에게는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국민은행을 옥죄며 김종익씨에게 국민은행의 하청업체 대표이사직 사임을 종용하고 주식마저 모두 처분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동영상을 올린 이후 단 3일 만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 3일 만에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행위는 경악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미처 사안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도 없을 정도로 갑자기 정리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김종익씨가 자살을 생각할까 걱정이 된 부인은 일본으로 떠나있으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났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그의 일본 행적까지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내사했던 내용들을 경찰에 이첩하며 일개 경찰서장에게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냄으로써 죄의 유무를 떠나 무조건 조사를 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했습니다. 사기업을 경영하던 그의 비리를 찾아내겠다며 3년 동안의 법인 카드 내역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황당하게도 그에게 잘못을 추궁할 만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10시 이후 유흥업소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흔적이 전무하고 수천만 원어치의 상품권은 직원들에 대한 격려차원과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 종료 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을 염려해 위로조로 전달했다고 하니 수사관들도 통상적으로 이런 먼지 털이 식 수사를 하면 뭔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신기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은밀하게 진행해왔던 내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국민은행 행장 출신의 기업인이고 이광재 의원도 동향이고 노사모 회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방송 중에도 나왔지만 이광재 의원과는 동향이지만 일면식도 없고 그 흔한 후원도 하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노사모 회원으로 등록은 되어있지만 단 하나의 글도 남기지 않았고 활동도 전무한 그를 그들은 노사모 핵심회원이라며 조사를 철저히 해달라는 문구까지 적어낸 것을 보면 그들이 만들고 싶은 죄는 명확했습니다. 상품권을 현금화해 이광재 의원의 정치자금으로 건넸는지 와 촛불 구입비용으로 사용했는지, 쥐코 동영상 제작비를 지원했는지에 대한 그들의 수사 방향은 그들이 그를 내사자로 관리하고 이런 식의 무리한 상황을 왜 만들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죠.

그 어떤 것에도 해당 사항이 없는 그는 아무런 죄를 발견하지 못해 수사 종결을 했음에도 재조사를 명받을 정도로 그들은 집요했습니다. 명분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사건으로 노사모를 이용해 노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지요.

노사모 회원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핍박을 받을 이들이 속출하고 있음은 <피디수첩>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김종익씨 뿐 아니라 자신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는 수많은 내사자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들이 무슨 이유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을 내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무총리실에서도 완벽하게 독립되어 운영되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은밀한 과업만을 수행해온 미스터리한 조직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의문점들은 이 조직의 방향과 존재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2. MB 레임덕, 4대 강을 막아라

국민들을 감시하고 자신들의 생각만을 주입하려는 현 정권은 언론 탄압과 통합을 통해 철저한 자신만의 국가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정권을 잡자마자 이유를 알 수 없는 하지만 명확한 4대강 사업을 무조건 관철시키려 하고 막대한 세금을 대한민국의 땅을 갈라놓고 거대한 어항을 만드는 일에 바치려 합니다.

그 사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보면 4대강 사업이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가 명확해지지요. 조선일보에서 조차 막말을 써가며 질타하던 '세종시 수정법안 국회 본회의 투표'는 MB 정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절대적인 표로 무소불위의 힘을 누리고 막가파식 정치를 했던 그들은 수정법안에 찬성 105표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세종시'는 원안대로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168석이라는 거대한 표를 가진 한나라당이 이렇듯 많은 이탈 표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선거 패배이후 MB의 레임덕이 심화되었기 때문이지요.

친 이명박 계의 이탈과 친박 인사들의 노골적인 반대 등은 이후 그들이 진행하고자 하는 부당한 법안 통과를 힘들게 할 것입니다. 레임덕이 심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음 정권의 대통령 후보를 세워야 할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의 정권 장악력은 최악이 되어가고 그에 반하는 인물을 통해 다음 정권을 계획 한다는 것은 그들의 막가파식 정치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은 시민사회단체 야당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하는 사업입니다. 무엇을 위함인지도 해야 할 이유도 의심스러운 이 황당한 사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하는 야만스러운 사업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아닌 야당에게 손을 들어주었던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표결을 통해 여당 내에서 MB에게 반하는 인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음도 4대강을 막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미 여당 내에서도 4대강 정비 사업이 치수에 관련된 사업이라면 찬성하지만 다른 용도라면 이는 수정되어야만 한다는 의견들도 개진되고 있었습니다.

이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소수의 탐욕스러운 존재들만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막는데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입니다.

이번 <피디수첩>의 민간인 사찰은 현 정권이 얼마나 독재화 되어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신들 정권의 당위성을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며 비판하는 공산 정권의 정책들을 그대로 활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만 봐도 충분합니다. 소설책에서나 나올 법한 세상을 우리가 직접 경험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감히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서슬 퍼런 세상에서 약자의 편에서 부당함을 고발하는 <피디수첩>은 존재가치를 매번 스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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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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