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생중계된 박근혜 1심 재판의 결과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였지만 실상은 초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24년의 형량은 엄단의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으로 시선을 유인해 삼성의 승계를 흐리게 했다는 비판이 더 많다. 이번 판결 역시 삼성에 약한 법원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18개의 혐의 중 삼성과 관련된 부분을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낼 것이냐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난 이재용 삼성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부정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용 항소심과 달리 뇌물로 인정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른 것은 없다는 평가이다.

MBC 뉴스 특보 (보도 화면 갈무리)

겉으로는 국정농단에 강력한 대단한 엄단의 의지를 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비판이 이는 것이다. 우선 이재용 항소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최순실 말 구입 등을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재용 항소심보다는 나은 판단이지만,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롯데의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 삼성은 아니라고 한 것도 상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물론 형법의 근거를 들어 검찰의 증거 부족을 은연중에 지적했지만 결국엔 전 국민이 다 아는 것을 모르는 두 번째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한편으로는 삼성 승계를 위해 불법을 저질러 수감된 사람들만 억울하게 됐다는 말도 들렸다. 24년이라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형량보다 이재용 항소심에 이어 다시 삼성 승계 작업에 면죄부를 준 부분에 더 시선이 몰렸다.

“형사책임을 논하는 재판에서 승계작업은 그 대상이 명확해야하고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력 있는 증거들이 있어야 한다”고 승계 작업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지만, 이것이 법률상의 해석인지 판사 개인의 의견인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엔 삼성의 청탁도 없었는데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이 우연히 삼성의 승계에 도움이 됐다는 말이 된다. 법을 핑계로 국민을 바보 취급한 것은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다.

JTBC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중계화면 갈무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4년 형량을 선고한 이유로 피고인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들었다. 같은 말을 법원에도 권하게 된다. 진정으로 사법 적폐라는 시민들의 비난과 분노에 대해서 법원은 얼마나 진지하게 반성해본 적 있느냐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차마 지면으로 옮길 수 없는 극단적인 표현들로 재판부를 비난하는 말들이 가득 찼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차라리 죽이라”는 등으로 격앙되게 반응했지만, 전체 시민 사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에는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선고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도 그래서 비난조차 없었다. 24년이라는 형량의 무게보다 이제는 관심조차 식어가는 몰락한 권력의 마지막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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