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드디어 승은상궁으로 화려하게 궁궐로 귀환을 하였습니다. 장희재와 남인들을 피해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겨우 궁궐에서 도망치다시피한 동이로서는 정말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는데요. 그것도 단순히 감찰궁녀로 복귀가 아닌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승은상궁이라니, ‘인생역전’, ‘인생은 한방’ 이런 말들이 동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동이는 영특하니 롱런하기 위해 권력을 손에 쥐고 세력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암튼 그런 화려한 귀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숙종이 동이를 자신의 몸처럼 아꼈기 때문인데요. 숙종은 동이 때문에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이에게 푹 빠져있습니다. 그만큼 동이가 숙종을 유혹하는 조련술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물론 모두가 어쩌다보니 필연적으로 우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동이와 숙종의 스토리를 보면 여자가 맘에 드는 남자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여우짓(?)을 해야하는 지 잘 알 수 있습니다.

STEP 1. 그 남자의 환경과 다른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 주어라

동이와 숙종의 첫 만남을 먼저 살펴볼까요? 동이와 숙종은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런데 동이는 숙종이 귀하게 자랐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를 챘던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천비가 양반을 대하듯 하지 않고, 숙종을 거칠게(?) 다루게 되는데요. 숙종을 밟고 담을 넘기도 하고, 숙종을 보고 구박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궁궐에서 그 누구보다도 귀하게 자라며 삭막한 당쟁과 권력암투 속에서 맘을 터놓을 상대 하나 없던 외로운 숙종은, 자신을 왕으로 보며 거리를 두지 않고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봐주는 동이에게 본능적으로 끌림을 느끼게 되죠. 동이를 만나면 자신이 왕인줄 모르고 친구 대하듯 편하게 대해주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고 동이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면서 암행을 나갈 때면 행여나 또 동이를 만나게 될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는 너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처럼, 동이와의 만남은 궁궐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숙종에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그리고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STEP 2. 가끔은 튕기면서 안달나게 만들고 그리워하게 만들어라

17회에서 숙종은 동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뻐할 것을 상상하며 밤에 몰래 책 선물도 준비해서 찾아가는데요. 동이가 장옥정에게 후궁 첩지를 내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죄지은 사람마냥 안절부절못하며 변명을 하게 됩니다. 또한 동이는 행여나 나인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숙종과 있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데요.

그렇게 숙종은 평소와는 달리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 동이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당황하면서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결국은 쫓기듯 돌아와 얼굴까지 붉어지며 구시렁거리고 과민반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23회에서 한창 숙종이 동이에 대한 맘이 물올랐을 때, 동이는 폐비의 사건을 파헤치다 내수사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는 누명을 받은 채 사라져 버리는데요. 그렇게 숙종은 동이의 생사를 알 수도 없고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심란하기만 합니다. 동이가 그렇게 된 것이 모두 그동안 동이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한 자신의 탓만 같고, 동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사무쳐 동이에게 줄 꽃신을 어루만지며 마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동이의 시신이 발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막연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서용기를 통해 동이를 찾게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동이에 대한 마음은 깊어져만 가는데요. 그러다 28회에서 드디어 동이의 해금소리를 듣고 극적으로 재회를 하게 되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이를 사정없이(?) 껴안아 버리죠.

STEP 3. 모든 것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그렇게 드디어 동이는 승은상궁으로 화려하게 궁궐로 입궐하게 되는데요. 그런데 30회 마지막에 보여준 31회의 예고편에서 동이는 자신은 실제로 승은을 받지 않았고 자신은 검계 수장의 딸이라서 왕의 여자는 될 수 없다며 옷을 벗어둔 채 사라져, 숙종이 놀라면서 찾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것은 승은상궁으로 궁궐로 들어오면서 그 자리에 안주하며 지낼 수도 있는데도, 동이는 굳이 승은을 받지 않았고 자신이 검계 수장의 딸이라는 이유로 시위를 하는 것인데요. 결국 뒤집어 말하면 승은을 받고 검계 수장의 딸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승은상궁으로 남아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리입니다.

암튼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결과적으로 동이가 지금은 승은상궁으로 숙종의 사랑을 받고 있더라도 실제로 승은을 받지 못해 왕손를 낳지 못하게 되면, 숙종의 사랑이 식었을 때 동이는 결국 숙종에게 버려진 후궁으로 남겨질 뿐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승은상궁의 지위까지 과감히 벗어던지는 동이의 이런 강력한 한수가 숙종에게 있어서는 애인에서 부부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듯 합니다.

시종일관 자신을 못 믿냐며 섭섭함을 토로하는 장희빈에 비하면, 유도하지 않았지만 숙종을 쥐락펴락하는 동이의 연애 조련술이 휠씬 더 뛰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동이가 숙종을 유혹(?)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여자가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났을 때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연인 사이에 우연으로 믿는 그 모든 것들이 정말로 우연이었을까요? 진실은 당사자만 알고 있겠지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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