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박용하도 스스로 목을 매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왜 이렇게 자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황망하고 당황스러운 사건을 접해야 하는지 원망스럽기 그지없네요. 이미 떠난 사람에게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는 명복을 빌어야 하지만 그 수단과 방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에 그저 당황스럽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젊고 유망했던 재원이 또 한 번 속절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왜 그가 그런 안타까운,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만이 알고 있을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의 결과이자 그 이유를 물어볼 수 없는 종결된 일이기에 자살이란 문제 앞에서 살아서 남아있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자살이란 행위가 잔혹한 것은 이렇게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무엇 하나 돌이킬 수 없이 마음에 상처만을 간직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이유를 말한다 해도 자살이 용납되어서도 긍정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에요.

그렇기에 더더욱 자살 관련 뉴스는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유명한 이의 사건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죠. 사건의 폭발력과 대중들의 호기심, 혹은 관심을 생각하면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의 선택을 바꾸지 못했던 가까운 이들의 자책과 상처, 그리고 혹시나 유사한 선택을 따라할지 모르는 어리석은 동조자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기사나 뉴스는 자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역시 몇몇 저질 언론들은 이런 기본도 뻔뻔하게 무시하고 있어요.

벌써부터 그에 대한 여러 억측이 오가고 관련 소식들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망 원인에서부터 그가 자택에서 숨진 정황, 그 전에 가족들에게 남겼던 이야기들, 비보를 접한 지인들의 충격 등등 다양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패턴의 소식들입니다. 하도 이런 사건들이 많다보니 이젠 자살 소식을 다루는 언론들도 이골이 난 모양입니다.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들은 매한가지니까요.

그리고 이런 소식을 타고 벌써부터 그의 아버지에 대한 관심, 우울증이었는지에 대한 궁금증, 요즘 어떤 특이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 경우에는 위암말기로 병상에 있는 박용하의 아버지에게까지 그 잔혹한 호기심이 향해지고 있죠.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은 의심, 혹은 의혹 제기일 뿐인 것들이 당당하게 언론 지상에 발표되면서 가뜩이나 충격에 휩싸인 남겨진 이들의 상처만 점점 더 벌려놓고 있어요.

이래서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입니다. 그의 선택에 대한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가족들과 지인들에 대한 공개를 미루고, 결과가 나온다 해도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일이 무슨 대단한 '축제'마냥 잔인한 속보 경쟁이 되고 있으니까요. 안 봐도 뻔한 다음 수순, 이제 곧 병원에 조문을 오는 이들을 향한 카메라 플래시가 사정없이, 가혹하게 터질 것을 생각하니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군요. 매번 스타들의 자살사건이 있을 때마다 자기들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지만 그놈의 저질 근성은 사라지질 않나봅니다. 그의 잘못된 선택이 슬프면서도 그 결과에 몰려든 저질 언론들 때문에 짜증나는 아침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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