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중앙일보를 거들고 나섰다. 4일 중앙일보의 '문 코드 압박' 보도에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뒤틀었다"고 반박하자, 조선일보는 중앙일보 보도 내용을 전하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 정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모두가 블랙리스트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자 조선일보는 <정권 바뀌면 이걸 블랙리스트라고 하지 않겠나>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전문가들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줄줄이 입을 닫거나 자리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면서 "지난 정부 정책의 실무자 명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공무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한 국책 연구소 연구원은 작년 말 정부의 '사드 3불'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썼다가 '눈치도 없느냐.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한다"면서 "정부 안보 정책과 맞지 않는 의견을 내던 국립외교원 교수는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북의 기만술을 경고하던 전문가들이 방송 출연 등에서 제약을 받는 분위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한 TV에서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의 방한을 비판한 이후 출연 요청이 딱 끊겼다"는 한 안보기관 출신 전문가의 발언과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서울에 왔을 때 한 TV에서 김여정을 '그 여자'로 불렀다가 출연 정지를 당했다"는 탈북 박사 안찬일 씨의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북이 싫어하는 고위 탈북자들은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면서 "몇 년 전 탈북한 고위 인사는 '남한에서도 입 조심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외교 안보 분야에선 사실상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실제 친 정부 성향 전문가 5~6명은 외교·통일·국방·국정원 등 부서를 가리지 않고 정부 TF 등에 '겹치기 출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청와대가 주미 경제 공사직에 응모한 대학교수를 보수 단체에서 일한 경력을 문제 삼아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작년에는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 난 교육부 과장급 공무원이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 부서에서 5개월쯤 일했다는 이유로 인사가 철회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는 4일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강력히 부인하면서 '상처가 있는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을 쓰는 유감'이라고 했다"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 정부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모두가 블랙리스트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4일 중앙일보는 1면에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 기사를 게재하고, 문재인 정부가 국책 연구소나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북핵·안보 관련 박사·전문가 그룹에게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 출연 등의 주문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근거가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면서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반박에 중앙일보는 5일자 6면에 김의겸 대변인의 정정 보도 요청 소식을 전하며, 청와대의 반론을 그대로 실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대북정책 성공한다> 사설과 <스트라우브 논란 단상> 칼럼을 통해 청와대의 반박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5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중앙일보 보도가 정정보다 반론보도에 가깝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사 스타일이나 내용이나 익히 봐왔던 방식이 아니어서 다시 꼼꼼히 읽어보겠다.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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