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4일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내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5일 사설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대북정책 성공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중앙일보는 4일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보도를 통해 문재인 정권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의 활동을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연구소의 스트라우브 박사, 국립외교원 S박사, 국방연구원 정상돈 박사의 사례를 들며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라며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고 반발했다.

세종연구소도 중앙일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종연구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LS 연구위원이 사직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오보”라며 “스트라우브씨의 계약기간은 2017년 3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였고, 한시적 1년간 계약이었다”고 전했다.

▲5일자 중앙일보 사설.

청와대와 세종연구소의 반박에 중앙일보는 5일 사설을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중해야 대북정책 성공한다>는 사설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마저 반박한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뭉쳐 이견을 배제하고 만든 정책은 동종교배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며 “북한의 고립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막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라며 “이념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비판의 목소리도 허용하고 경청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북한에 비판적인 학자와 탈북인사들이 직장을 떠나거나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며 “북한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는 걸 피하고 싶어 하는 정부의 생각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독주하면 간신히 물꼬를 튼 남북 대화마저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국민적 동의를 구하며 북한에 다가가는 슬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유연성을 가져야 모처럼 잡은 ‘운전대’를 놓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며 “우리는 유연한 집단지성만이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인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5일자 중앙일보 칼럼.

또한 중앙일보는 <스트라우브 논란 단상> 칼럼을 통해 4일 제기된 세종연구소 측의 입장을 재반박했다. 고정애 에디터는 “정부 쪽이 (스트라우브는)‘1년 계약이 만료돼 떠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며 “실제 상황은 좀 더 미묘하다”고 지적했다. 고정애 에디터는 “그가 올 당시를 아는 인사는 ‘1년 계약이지만 1년을 연장하는 ‘1+1’, 즉 2년으로 약속했고 펀드도 확보한 상태였다. 이는 연구소 사람들도 대충 아는 내용‘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5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사를)읽어봤는데 약간 좀 기사 스타일이나 내용이나 조금 익히 봐왔던 방식이 아니어서 좀 꼼꼼히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를)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5일 중앙일보는 인터넷판 <"靑 의지 확고, 방법 없다" 박상기·문무일 또 엇박자>는 보도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만났지만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실세 검사’로 알려진 A검사가 박상기 장관과 함께 자리에 갔으며,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법무부 인사는 “수사권 조정 관련 TF를 만들고 회의도 여러 차례 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회의내용을 모두 백지화하고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법무부 내 A검사에게 맡겼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만날 당시 법무부 A검사가 함께 있었고, 수사권 조정 관련 논의를 법무부 A검사에게 맡겼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닌 오보”라고 반박했다. 현재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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