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날 폭발하는 SK 타선으로 인해 완패한 기아로서는 더는 물러설 수도 없었다. 3연패를 한 상태에서 연패를 늘려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5선발 투수로 과연 정점에 오른 SK 강타선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절치부심 이범호 역전 홈런, 한승혁 호투, 기아 추격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3연패에 빠지며 믿었던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졌다. 많은 홈런을 맞으며 강력한 선발들이 무너지더니 4선발마저 대량 실점을 하며 최악의 연패에 빠졌다. 마운드가 쉽게 무너지면 타선마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마운드가 강해지면 타선도 힘을 받는다. 그런 논리를 기아는 어제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취점은 기아에서 나왔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가 문승원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며 앞서 나갔다. 초반 슬럼프에 빠졌던 나지완이 전날에 이어 다시 안타를 치며 흐름을 이어갔다. 아쉬웠던 것은 안치홍이 병살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점이다.

시즌 첫 경기에서 볼 넷을 많이 내주면서도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렸던 정용운은 2회까지는 잘 던졌다. 전날 대량 실점을 한 기아 투수들의 공이 전반적으로 높았고 가운데로 몰리며 통타 당했었다. 전날과 달리 정용운은 코너를 이용하며 빠르게 승부를 이어가 SK 막강 타선을 잘 막아냈다.

문제는 3회였다. 선두 타자인 최승준을 볼 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2사 상황에서 정진기 타구가 투수 글러브에 들어가지 않고 흐르며 안타를 내준 것이 대량 실점의 시작이었다. 최항을 볼 넷으로 내주며 2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최정의 적시타로 SK는 단숨에 2-1로 앞서 나갔다.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로맥은 정용운의 몸 쪽 낮게 깔리는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담장을 넘겨 버렸다. 정용운이 실투를 했다기보다는 로맥이 너무 잘 쳤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3점 홈런이 되며 단숨에 경기는 SK가 5-1로 앞서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은 악몽이다. 엘지에게도 결정적 홈런으로 무너졌던 기아가 인천으로 건너와 SK에게 홈런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 악몽이 로맥의 3점 홈런으로 재현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는 빠르게 투수 교체를 했다. 올 시즌 첫 등판하는 한승혁을 마운드에 올렸고, 이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KIA 타이거즈 한승혁 (연합뉴스 자료사진)

만년 기대주였던 한승혁. 160km가 넘는 강속구로 지난 시즌 전 선발 한 축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한승혁은 다시 무너졌다. 그런 그가 정용운을 이어 나선 경기에서 희망을 보여주었다.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정에게 2루타를 내주며 1실점을 했지만 포수가 뒤로 빠진 공을 찾지 못하며 내줬다는 점에서 투구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실점이었다.

한승혁은 4이닝 동안 56개의 투구수로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구가 잡히며 강력한 SK 타선을 막아냈다는 사실은 다음 등판에서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있음을 확인 시켜주었다. 한승혁이 긴 이닝을 잘 막아주며 기아 타선은 추격을 시작했다.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주찬이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8회 기아 타선은 빅이닝을 만들었다. 4점 차 상황에서 기아 타선은 김주찬과 최형우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가자 나지완이 적시타를 치며 3-6 상황을 만들었다. 안치홍까지 적시타를 치며 4-6까지 따라붙은 기아는 1사 후 최원준의 적시 2루타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명기의 희생 플라이까지 더해지며 기아는 8회 기적처럼 6-6 동점을 만들어냈다. 기아의 이런 흐름은 정규 이닝 마지막인 9회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김주찬의 안타에 나지완이 1루 실책으로 1사 1, 3루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김주찬이 런다운까지 걸리며 아웃 당하는 상황은 최악이었다.

한승혁이 좋은 투구로 최적의 상황을 만들었다. 원 포인트 임기준에 이어 임창용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9회 1사 상황에서 임창용이 안타를 내주자 바로 김윤동을 올려 막아내는 투수 교체 전략도 오늘 좋았다. 추격조에서 시작해 필승조로 이어진 기아의 불펜 기용은 그렇게 역전의 발판이 되었으니 말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명의 10회, 9회 좋은 기회에 김주찬의 런다운으로 기회를 잡지 못한 이범호는 전유수를 상대로 커다란 역전 솔로 홈런을 쳐냈다. 좀처럼 타격 감을 찾지 못하던 이범호는 역전 홈런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버나디나와 김주찬의 적시타를 엮어 3점을 얻은 기아는 10회 9-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무리를 하러 나선 김세현이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재역전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지만 최정과 로맥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3연패를 끊어냈다. 최악의 상황에서 기아는 기사회생했다. 타격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다섯 개의 안타를 친 김주찬의 공격은 완전히 살아났다.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던 나지완이 2안타로 타격감을 살렸다. 여기에 답답한 모습을 보이던 이범호가 홈런으로 부진 탈출을 알렸다. 2년 차 최원준은 3안타로 좋은 성장을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었다. 헥터가 나서는 5일 경기가 기대되는 것은 기아가 반전의 변곡점을 만들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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