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표팀의 8강 진출 실패로 이제 토너먼트에 남아있는 아시아 국가는 "일본"뿐인 가운데, 오늘 일본도 파라과이와 16강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일본의 16강전을 앞둔 사람들의 견해는 상당히 양쪽으로 확실하게 나뉜 듯 한데요.

우리도 떨어진 마당에 일본이 8강에 오르면, 정말 못 참을 것 같다는 견해와...
그래도 아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파라과이를 잡고, 좀 더 선전을 펼쳐야 한다는 견해, 2가지의 다른 생각이 있다는 거죠.
-개인적으론 그래도 일본이 너무 무참히 당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뭐, 일본이 선전을 펼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미 "아시아, 월드컵 변방의 도전사"라는 포스팅으로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가치 있는 일인지 썼습니다.
반면에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차이에 있어, 축구가 차지하는 위치도 대단하다는 거, "한일전 축구"에 대한 다양한 포스팅도 그런 이유에서 자주 썼다는 거.
-오늘밤에 펼쳐지는 경기는 물론, "한일전"은 아닙니다만...-

일본과 파라과이의 경기를 보는 시선은 이런 이유들로 다채롭다는 거.
어찌됐던, 일본의 속시원한 패배를 바라는 사람들도, 또 아시아의 남은 자존심답게 선전을 펼쳤으면 하는 견해도 모두 다 함께 하는 오늘의 월드컵.
다양하게 우리 축구팬들 사이에 함께하는 듯 하고, 그런 이유에서 한편으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기가 될 듯도 합니다만.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는만큼, 또 각각의 한계도 명확하다는 거, 아마 서로 이해하실 듯 합니다.
대승적 발전과 감정적 용인, 그리고 축구에서의 라이벌에 가치와 반면 아시아의 푸대접에 대한 복잡한 상대성, 그 공존할 수 없는 평행성이 길게 늘어진 듯 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미 우리는-자국에서의 월드컵이지만-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던 축구대표팀을 본 경험이 있다는 거, 그것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함입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똑같이 자국에서의 월드컵이었지만, 16강에서 멈췄던 점에서 분명 우리와 비교가 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조금은 일본의 잘하는 부분과 좋은 모습들에 대한, "쿨한"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혼다 케이스케, 일본의 새로운 축구영웅입니다. 대단하더군요.
그들의 선전이나, 나아진 모습에 대해 의연하고, 좀 더 어른스럽게.. 그런 자리와 자세로 평가를 한다면 좋겠네요.

뭐, 일본 언론들이 가끔씩 우리의 4강신화를 폄하하기도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열등감에서 시작된 투덜거림이자, 패배자의 이죽거림에 불과합니다.
이번만큼은 한국을 앞서보자 라는 16강전에 대한 각오 역시 약간은 무례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이란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이번 남아공에서 우리 대표팀의 선전에 관심과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는 거.
특히 박지성 선수를 포함한 주축 선수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관심은 분명 우리 대표팀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죠.

실제로 2002월드컵 이후, 한일전이 간절함이나 필승의지가 조금은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 이때의 승리의 경험덕이 아닐까요?
다른 한편으로도 일본 역시, 한국대표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강력한 라이벌로 생각하는 자세가 분명 느껴진단 말입니다.

심지어,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국가대표 브랜드의 홍보영상이 논란이 된... 빨간 유니폼이 한국을 표현했다는 지적으로 지금은 삭제됐다죠.
분명 한국과 일본은 축구에서 라이벌이고,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 논의까지를 따진다면 쉽게 일본의 승리를 받아드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어디까지나 축구일뿐,

조금은 승자의 여유로, 일본과 파라과이의 경기를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설사 일본이 승리를 거두더라도, 같은 아시아 국가의 승리로 여기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이젠 있어도 될 듯 하단 말이죠.

나아가 일본이 이기거나 지거나, 우리 대표팀이 원정에서 거둔 값진 승리에 대해 이런저런 재평가를 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대표팀의 업적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 자칫 일본이 8강에 진출한다면, 또 일본과의 비교로 열폭하는 글들이 가득해질까 조금은 두렵네요.
-뭐, 이런 비교는 우습지만... 우루과이는 월드컵 우승을 맛본 나라지만.. 파라과이는 역대 월드컵에서 16강이 최고 성적이란 것도 참고해야 할 듯.-

흠, 어찌됐던. 재미있게 볼만한, 그렇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진 못할, 그런 일본의 16강전이 다가오네요.

그나저나, 파라과이..오늘도 이분이 오시려나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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