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잦은 심판 '오심'으로 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과 실수로 축구팬들의 비난은 거세지고 있으며, FIFA(국제축구연맹)도 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향후 부심 2명을 추가로 두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고, 심판들의 잦은 오심이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면서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독일월드컵 당시 AP통신이 심판들의 잦은 오심에 대해 '심판들의 다양한 직업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AP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여러 직업군과 나라에서 각기 다른 기준으로 자격을 얻은 심판 때문에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심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는데요. 남아공월드컵에서도 30명의 주심 가운데 단 3명만 전임 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관성 부분에 대해서도 한 번 주의 깊게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월드컵에는 모두 87명의 주부심이 나섰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심판들은 전문적으로 심판일을 하기보다 주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부업'으로 심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축구 경기가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주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축구에 대한 애정, 열정으로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 한국-우루과이 주심 볼프강 슈타크의 프로필. 그의 직업은 은행원이다. (사진 캡쳐= FIFA)
FIFA 홈페이지에 있는 주부심 프로필을 통해 심판들의 직업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저마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주부심들이 이번 월드컵에 나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직업은 교사(teacher)로 나타났습니다. 제롬 데이먼(남아공), 피터 오리어리(뉴질랜드), 수브키딘 모하드 살레흐(말레이시아), 칼릴 알 감디(사우디아라비아)는 교사를 주직업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또 스페인-칠레 H조 조별 예선에서 페르난도 토레스의 시뮬레이션 파울을 보지 않고 칠레 선수에 퇴장을 안긴 마르코 로드리게스(멕시코)는 피지컬학 교사로 나타났으며, 조엘 아길라(엘살바도르)는 대학 교수, 라프산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는 축구 학교 인스트럭터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부심 가운데서는 바카디르 코치카로프(키르키기스탄)가 축구 교사(football teacher)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고, 후안 카를로스 히메네스(스페인)는 과학 교사였습니다.

사업가나 은행원, 보험 설계사 등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심판도 많았습니다. 한국-우루과이 주심을 맡았던 볼프강 슈타크(독일) 주심은 은행원으로 나타났으며, 코만 쿨리발리(말리)는 금융 감독관, 엑토르 발다시(아르헨티나), 마시모 부사카(스위스)는 사업가로 알려졌습니다. 또 파블로 포소(칠레)는 회계 감사관, 올레가리오 벤퀘렌카(포르투갈)는 보험대리사를 주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독특한 직업을 가진 심판들을 살펴보면 한국-그리스 심판을 맡았던 마이클 헤스터(뉴질랜드)는 세관 공무원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알베르토 운디아노(스페인)는 사회학자, 카를로스 바트레스(과테말라)는 과학자로 나타났습니다. 또 한국 축구와 인연이 있었던 베니토 아르춘디아(멕시코), 오스카 루이스(콜롬비아)는 변호사 출신이었으며, 호르헤 라리온다(우루과이)는 법원 서기관으로 활약해 '그라운드의 판관'이라는 별칭이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프랑크 드 블릭케르(벨기에)는 PR 매니저였으며, 하워드 웹(잉글랜드)은 경찰관, 논란의 주심으로 알려진 로베르토 로셰티(이탈리아)는 병원 매니저(Hospital Manager)로 나타났습니다. 브라질의 카를로스 시몬은 기자(Jouralist)로서 이번 월드컵을 색다르게 맞이했고, 부심인 프란세스코 부라기나(스위스)는 자동차 기계공, 파울로 칼카노(이탈리아)는 기능공, 살버 얀 헨드릭(독일)은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 후안 줌바(엘살바도르)는 학생(Student)으로 꽤 어린 나이(1982년생)에 심판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임 심판으로는 유이치 니시무라(일본), 에디 마이예(세이셸), 마르틴 한손(스웨덴)이 주심으로, 대런 캔(잉글랜드)이 부심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판들의 직업이 참 다양하고 독특한 것은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잦은 오심, 실수가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떻게 보면 '전임 심판의 필요성'도 새삼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심판 수당을 높이고 대우를 좋게 해 줘 심판들의 권위,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이 보다 정확한 눈을 갖고 심판을 볼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교육하고 관리하는 FIFA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아울러 6심제, 비디오 판독 같은 보완책을 통해 제대로 된 명승부가 더 많아지고, 그렇게 해서 축구가 더욱 깨끗하고 인기 있는 스포츠로 거듭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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