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남아공월드컵 도전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달고 단 열매를 맛본 끝에 마무리됐습니다. 16강전에서 잘 싸우고도 아깝게 져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갖고 지난 2년 6개월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 내면서 한국 축구는 희망을 갖고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의 쾌거를 함께 즐기고 응원하기 위한 거리 응원의 부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리 응원의 메카, 서울광장이 또 한 번 주목받았고, 강남 지역에서도 영동대로가 새로운 응원 장소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붉은 옷을 입고 저마다 독특한 패션,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거리에 나와 '대한민국'을 외친 사람들의 모습에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축구를 좋아하는구나"하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하는 반문과 더불어 씁쓸한 자화상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로 K-리그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재미없다던' K-리그도 이제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분명히 예전의 K-리그와는 다른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감독도 더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려 하면서 거의 전 경기에서 골이 터지는 '공격 축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AFC(아시아축구연맹)를 통해서도 '아시아 최고 기술력을 갖춘 리그'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정받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또 각 구단들의 마케팅도 좋아져 팬들을 더 끌어모으고, 관심을 얻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해외 리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야깃거리도 쏟아져 각종 더비 매치가 줄을 이었고, 선수 또는 감독 간 라이벌 대결도 흥미를 모았습니다. 그 덕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3-4만명 관중이 들어찼고, 신생팀 강원은 'K-리그의 롯데 자이언츠'라는 말이 나올 만큼 '새로운 축구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월드컵 브레이크가 있기 전까지 있었던 모습들입니다.
월드컵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K-리그는 분명 많은 매력을 갖고 축구팬들을 향해 '이쪽으로 오라'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 좋은 리그를 우리 안방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K-리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꺼려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뿌리, 그리고 국가대표의 선전은 해외 리그가 아닌 프로 축구 K-리그에서 나오는 것이고, 우리 내부를 튼튼하게 해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분명히 잘 알텐데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라도 '4년 동안 우리의 Reds는 어디로 갔는가'는 문구처럼 4년에 한 번 반짝 관심을 갖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이 순간부터 우리 축구에 매력을 갖고 8년 전 전국을 들뜨게 한 월드컵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작은 감동을 느끼면서 '축구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 기획사, 모델 등이 화려하고 독특한 의상을 갖추고 월드컵 때만 반짝 나타나는 '응원녀'를 K-리그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든 싫든 K-리그에 월드컵 의상을 하고 나타나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적어도 '개념있는 여자'라는 인식이 강해져 홍보 효과도 높아질테니까 말입니다. ^^ 야구에서 홍수아가 '개념 시구', 야구에 대한 진정한 열정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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