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걸스데이 유라가 연기한 캐릭터는 악역이었다. 그럼에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이라는 점에서 기존 악역과는 다른 새로운 면이 있었다.

유라가 연기한 진태리는 한때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배우였지만,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는 악역이면서 동시에 스캔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특이한 연예인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연예인은 열애설이 터질까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태리는 자기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열애설이 터지는 것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상파 드라마 데뷔를 갓 마친 걸스데이 유라를 서울 성수동의 모처에서 만났다.

걸스데이 유라 Ⓒ박정환

-유라 씨의 실제 성격과 극 중 캐릭터의 성격이 얼마나 매치되는가.

“실제 성격과 연기하는 캐릭터가 같을 때 확실히 편하다. 제 목소리는 저음인데 태리의 목소리는 하이 톤이다. 징징대는 목소리라 목이 아프고 힘이 들어갔다. 밝은 캐릭터였다면 자신으로부터 끄집어냈을 텐데 다른 곳에서 캐릭터를 끄집어내야 했다.

하루에 열 개 이상의 캐릭터를 끄집어냈다. 그중 하나를 택하지 못해서 ‘이게 나(진태리)야?’ ‘저게 나야?’ 할 정도였다. 성격과 정반대인 캐릭터라 연구를 많이 해야 했다.”

-캐릭터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태리는 인기의 정점을 찍다가 내려간 캐릭터다. 인기가 내려갈 대로 내려가면 연예인 입장에서는 힘들기 마련이다. 극 중 태리가 우습게 본 인물이 태리보다 정점을 찍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많이 속상했을 거다.”

-악역이었음에도 마냥 ‘비호감 캐릭터는’ 아니었다.

“연기 전에 감독님으로부터 밉게만 보이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다. 처음에는 사랑스러운 악역을 연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뺨을 때려서 욕먹는 바람에 극 후반부에 들어서는 사랑스럽게 가려고 했다.

극 중 태리가 매니저와 욕하는 것을 듣고 차에서 울 때 시청자로부터 태리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었다. 그 장면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걸스데이 유라 Ⓒ박정환

-‘따귀’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질문이다. 따귀 장면은 어떻게 연기했나.

“살면서 처음으로 뺨을 때렸다. 하준 오빠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아프게 때리는 걸로 보이지만 아프지 않게 때리는 노하우가 있다고 하더라. 때리다가 NG가 났다. 두 번을 또 때려야 해서 심장이 팡팡 뛰었다.

차라리 맞는 장면이 편하다. 약하게 때렸다는 댓글이 많아 보였다. 소현이의 뺨을 때리는 장면도 있었다. 찍기 사흘 전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당시 소현이가 ‘언니, 한 번에 가요’라고 했다. 손바닥으로 때리면 아프지만 손끝으로 때리면 덜 아프다. 두 번 해보고 아프지 않게 때리는 방법을 터득했다.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악역임에도 로맨스가 있었다.

“멜로가 두 번 밖에 없었다. 어른의 로맨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남녀는 사귈 때 다투기도 한다. 싸우는 커플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어서 프렌치 키스를 연기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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