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오는 4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김문수 전 지사도 긍정하고 있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23년 만에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수식어답게 서울시장 선거는 언론의 훌륭한 불쏘시개가 될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런데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소식을 전하는 일부 언론의 자세가 다소 의아하다. 7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상기시키는 일부터 하고 있다.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 프레임을 제기한다. 선거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름다운 양보’는 박원순 시장을 압박하기보다는 3파전이 예상되는 선거전에서 경쟁구도를 박원순 대 안철수로 압축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일 년 전의 대선 축소판이 된 이번 서울시장 선거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박원순 VS 안철수’ 구도보다는 오히려 ‘안철수 VS 김문수’ 싸움이 더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안철수 위원장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양보’ 프레임은 스스로 꺼내들지는 않겠지만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작 ‘아름다운 양보’는 박원순 시장이 아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비록 당내외의 반발에 부딪혀 급히 거두는 모습이었지만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서울시장 선거 연대론을 괜히 언급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양보 프레임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동안 심심찮게, 때로는 뜨겁게 작동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의 선거연대가 어떤 형태로든 시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양보 프레임의 주소지가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 호사가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3월 2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젠더 거버넌스' 선포대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양보의 방향성은 선거 막판의 지지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그 결과는 꼭 안철수 위원장이 양보 받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만도 없다. 선거는 어떤 변수가 판도를 흔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언론이 깔아준 양보 프레임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안철수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서울시장 출마선언은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바른미래당과 언론의 재촉에도 오래 뜸을 들인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은 당연하다. 대선에 이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패배한다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최소한의 발판마저 잃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에 오히려 대선의 욕망이 강해진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출마선언에 그래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반면에 출마 결심은 그만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합당 이후에도 합당효과, 안철수 효과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안철수 위원장이 출마를 위한 계산을 바르게 푼 것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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