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직장인 여성 80%가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회사 인사팀의 대처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직장인 6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투' 전후 인사팀의 대처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사진=블라인드 제공)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46.6%,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였다. 반면 '신뢰한다'는 응답은 8.1%,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불신 풍조는 여성 직장인에게서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남성 응답자의 73%인 반면, 여성 응답자의 경우 80%가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4%에 불과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체 53개 산업군 중 인사팀 대처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은 산업군은 조선업이었고, 건축자재, 방산, 자동차, 통신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불신감 팽배의 배경에는 미투운동에 대한 기업의 안일한 대처가 있다. 블라인드 측은 "미투운동이 확산되며 피해자 보호, 관련자 처벌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요구가 높지만, 여전히 기업은 책임면피용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MeToo 게시판에는 인사팀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글이 많다는 게 블라인드 측의 설명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블라인드 관계자는 "2017년 말 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인사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불과 몇개월만에 눈에 띄게 높아진 수치"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직장인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데 반해 기업의 대처는 인식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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