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제2의 <막돼영> 가능성 보인다! (3월 26일 방송)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제껏 물리치료사가 드라마 전면에 나선 적이 있었던가. 아니, 물리치료사가 이름을 가진 캐릭터인 적이라도 있었던가. 대개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의사였다. 의사들 간의 권력 다툼 혹은 의사의 헌신을 다루는 드라마가 대부분이었다. 간호사는 주변 인물이었고, 물리치료사나 방사선사는 화면 구석에도 등장하지 못한 주변군 중에서도 주변군이었다.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 등 그동안 메디컬 드라마의 그림자로도 등장하지 않았던 직업군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하나의 직업군으로 모아 다루지 않는다. 그 안에서도 정규직, 계약직, 인턴, 실습생 등 일종의 계급을 나눠 그들 안에서 벌어지는 갑을 관계까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계약직 물리치료사 우보영(이유비)은 직장 상사이자 정규직 물리치료사 김윤주(이채영)와 함께 산다. 집에서 김윤주는 설거지 상태까지 체크하고 우보영은 퇴근하자마자 컵을 다시 닦는다. 퇴근 후 또 다시 출근하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tvN 장수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0년 넘게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 제작진답게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캐릭터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늘 밝은 모습이라 ‘올해의 친절직원’으로까지 뽑혔지만 남모를 슬픈 사연이 있고 또 대학동기 신민호(장동윤)와도 사연이 있어 보이는 주인공 우보영부터, 평소에는 극심한 결정장애지만 ‘기사 양반’이라는 의사의 비하 발언에는 통쾌하게 맞설 줄 아는 방사선사 김대방(데프콘)까지. 등장인물이 적지 않았음에도 첫 회에서 인물들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물리치료사, 방사선사라는 직업을 떠나, 회사 생활 혹은 사회생활의 애환을 담아내는 장면도 꽤 많았다. 실습생 신민호는 회식을 빠지고 클럽에 가기 위해 친구 김남우(신재하)에게 ‘나 아픈 척 할 테니 부축해 나가’라는 카톡을 보낸다는 게 그만 직장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막돼먹은 영애씨> 사무실에서도 흔하게 벌어지던 일이었다. “경리단길 가기 전에 경치고 싶은겨?”라는 직장 상사 양명철(서현철)의 언어유희 농담도 <막돼먹은 영애씨>의 사장님 개그 스타일과 비슷했다.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우보영이 친절직원으로 뽑힌 기념으로 밥을 쏘던 그 시각, 우보영을 제외한 다른 물리치료사들은 계약직이 친절직원에 뽑혔다는 이유로 다시 번복하고 정규직 중에서 친절직원을 뽑기로 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결국 우보영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비록 친절직원으로는 뽑히지 못했지만, 친절직원으로 추천해준 많은 환자들의 응원은 얻었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은 상황으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막돼먹은 영애씨>의 스토리라인과 닮아있다.

사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공식을 닮은 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내는 방식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자칫 <막돼먹은 영애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첫 회는 험난하고도 따뜻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주의 Worst: 첫 경험보다 이색 체험에 가까운 <태어나서 처음으로> (3월 24일 방송)

E채널 <태어나서 처음으로>에서 이승철이 처음으로 PC방 체험을 하고 문신 체험을 하고 첫 인터넷 생방송까지 경험할 때, 한현민은 늘 ‘아들’처럼 이승철의 옆에 있었다. 첫 경험 공작 요원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승철의 첫 경험뿐 아니라 이승철과 한현민의 ‘부자 케미’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E채널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러나 지난 24일 방송된 박소현의 ‘웨딩 헬퍼’ 체험은 달랐다. 공작 요원 이민웅의 역할은 박소현에게 미션을 전달하는 순간 끝이 났다. 게다가 결혼식을 소재로 눈물을 자아내는 건 너무나도 진부한 신파 소재다.

웨딩 헬퍼의 역할은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의 모든 것을 돕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눈에 띄어서는 안 되지만, 없어서도 안 될 존재. 얼핏 신부의 드레스 몇 번 만지는 역할 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베테랑이 아닌 이상 평생 한 번 뿐인 결혼식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노하우가 중요한 직업군이다.

박소현이 실제 결혼식의 웨딩 헬퍼로 투입되기 전, 전문가 헬퍼에게 배운 건 신부 입장 시 드레스를 잡아주는 연습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는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정말 신랑, 신부의 그림자처럼 결혼식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와야 하는 중요한 임무인데, 이것을 ‘첫 경험’의 소재로 삼아서 체험한다는 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다. 박소현도 인터뷰 내내 “내가 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E채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혼식 도중 신랑, 신부 지인들의 축하 영상을 볼 때, 박소현의 실수가 발생했다. 모니터 위치 상 신랑, 신부가 단상에서 내려와야 모니터가 보이는데, 박소현은 있는 자리에서 방향만 바꿔준 것이다. 결국 영상이 안 보여서 선배 헬퍼가 출동했고, 그 순간 잠시 영상 재생이 중단됐다. 제작진은 박소현이 실수하기 한참 전부터 상단 자막에 “박소현 때문에 결혼식 중단 위기?”라는 내용을 예고했다. 박소현 역시 선배 헬퍼에게 “제가 와서 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혼자 하시면 더 편하실 텐데”라고 자책했다.

박소현 본인도 힘들고 선배 헬퍼도 두 배로 긴장해야 했던 체험을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40대 후반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했다는 점이 웨딩 헬퍼를 첫 경험 소재로 삼아야 하는 명분이 되진 못한다. “결혼하고 싶다고 저(헬퍼) 체험하진 않아요”라는 이수근의 말처럼, 결혼과 웨딩 헬퍼는 언뜻 유사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는 연예인의 ‘첫 경험’을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이색 체험’에 가까운 콘셉트로 변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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