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서승화 대 류현진의 선발 매치 업부터 LG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의외의 초반 역전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재역전패로 귀결되었습니다.

1차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1회 초 공격이었습니다. 1사 후 이진영이 안타로 출루하자 이택근이 3구 삼진으로 돌아섰는데, 만일 이택근이 진루타를 기록했다면 이병규의 안타는 선취점으로 연결되었을 것입니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이병규는 류현진의 바운드 볼에 2루를 파다 아웃되어 이닝이 종료되었는데, 타자 정성훈이 수신호로 2루 진루를 만류했던 점과, 이어 2회 초에 정성훈이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주루 플레이였습니다. 이병규의 도루자는 정성훈이 범타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되는 것보다 흐름상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루자로 실점 위기를 막은 한화는 1회말 선취 득점했습니다. 이병규가 과거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도루를 비롯한 주루 능력입니다. 천재적인 타격 능력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며 느려진 발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승부처는 4회 말이었습니다. 1사 1루에서 최진행은 2루 도루를 감행했는데, 최진행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치고 달리기 작전이 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군이 차분하게 송구했다면 최진행을 충분히 2루에서 잡을 수 있었는데, 송구가 빗나가며 도루 저지에 실패했고, 2사 후 오선진의 적시타로 동점이 되었습니다. 만일 최진행을 도루자 처리했다면, 송광민의 삼진으로 리드를 지킨 채 무실점으로 이닝이 종료되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오선진이 3루에 도루할 때에도 김태군의 송구가 높아 살려줬고, 곧이어 서승화의 폭투로 오선진이 홈을 밟아 역전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서승화의 폭투는 3루에 역전 주자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김태군이 어떻게든 블로킹에 성공했어야 했습니다. 볼넷으로 출루한 신경현까지 걸어가다시피 2루 도루에 성공했으니, 김태군이 한 이닝에 도루 3개와 폭투 1개를 묶어 역전을 허용한 것입니다. 도루에 성공한 주자가 최진행, 오선진, 신경현으로 발이 빠른 주자가 아니었고 송구가 모두 부정확했으니, 김태군의 인사이드 워크에 문제가 없었는지 복기해야 할 것입니다. 올 시즌 조인성이 공수 양면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만 35세의 주전 포수 1명으로 시즌 전체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백업 포수 김태군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김정민을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며, 2군에는 1군에 올릴 만한 백업 포수 요원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김태군의 최근 인사이드 워크는 작년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프로 3년차의 젊은 포수라면 매년 기량 향상이 두드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따지고 보면 조인성이 지명 타자로 출전한 선발 출전 명단이 상대 좌완 선발에 맞서는 최상의 타순이라 보기 어려웠습니다. 6월 둘째 주 반짝한 이후 다시 침체에 빠진 박병호가 믿음직스러웠다면, 조인성이 마스크를 쓰고, 이택근이 지명 타자, 박병호가 1루수로 출전하며 김태군이 포수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 없는 체크 스윙을 연발하는 박병호를 기용하기 어려워, 차라리 콘택트 능력은 박병호보다 나은 김태군을 선발 출장시켰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박병호는 큰 점수차로 뒤진 이후에도 대타로도 출장하지 못했는데, LG가 본격적인 4강 싸움을 앞두고 있으니 2군 경기에 출장하며 재활을 마무리 지은 최동수가 곧 박병호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승화는 오늘도 6회말 선두 타자 최진행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무너졌는데, 좀처럼 6회를 넘기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만일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내일이 휴식일이라 불펜을 가동하며 류현진을 압박해 경기 종반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서승화의 난조로 경기는 6회말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오늘 경기가 LG의 입장에서는 우천 취소되기를 바랐지만, 금요일 경기에서 토요일 선발 데폴라를 투입하고도 패하며 후유증을 입은 한화를 상대로 어제 경기까지 쓸어 담았으니, 경기 강행의 득실은 양 팀이 동등해진 셈입니다. 2연승 뒤에 또 다시 스윕에 실패했는데, 아직 LG의 힘은 부족함이 입증되었습니다. 다행히 LG는 천적 SK 및 류현진과 만나는 6연전을 3승 3패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넥센 및 롯데와의 홈 6연전이 예정되어 있는데, 넥센은 주말 3연전에서 삼성에 스윕당하며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고, 롯데는 비가 변수가 되지 않는다면 주말 3연전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겨 LG로서는 해볼만 합니다. 6연전 모두 위닝 시리즈를 통해 중위권 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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