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류제웅 전 YTN기획조정실장의 부당한 취재압박을 비판한 YTN 15기 기자들이 류 전 실장의 부인 김재련 변호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YTN 15기 기자들이 "류제웅과 최남수,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게시글을 작성하였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15기 기자들은 "성명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며 경찰서로 들어갔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하 YTN지부) 조합원들은 "9년 전 상황으로 돌아갔다"며 울분을 토했다.

29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는 YTN지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YTN 15기 기자들이 류제웅 전 YTN기조실장의 부인 김재련 변호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는 YTN지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YTN 15기 기자들이 류제웅 전 YTN기조실장의 부인 김재련 변호사로부터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기 때문이다.(사진=미디어스)

류 전 실장이 이른바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 제보를 받고 이를 삼성측에 알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YTN 15기 기자들은 지난 9일 사내게시판에 성명을 내어 류 전 실장이 사회부장 재직시절 위안부 문제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부당한 취재 압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YTN 15기(김경수·우철희·이형원·임성호·최아영) 기자들은 성명에 "공교롭게도 당시 류제웅 부장의 아내인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관련 업무를 다루는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이었다"며 "이후에는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이사까지 지냈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시민단체는 김 변호사를 '권력 지향적'인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구절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5기 기자들을 고소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들은 류제웅의 직장 후배들로 류제웅과 최남수,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면서 "'최남수의 부적격함이 자명', '류제웅 실장이 상징하는 보도 적폐 등의 표현을 사용해 최남수와 류제웅에 대하여는 노골적인 비방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에서 류 전 실장, 최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15기 기자들에게 함께 덧씌웠다.

29일 오전 서울마포경찰서 앞에 김재련 변호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YTN15기 기자들이 서 있다. 왼쪽부터 임성호 기자, 이형원 기자, 김경수 기자, 우철희 기자, 최아영 기자. (사진=미디어스)

15기 기자들은 경찰서 앞에서 "성명은 한 치의 거짓도 없다"며 당당히 조사를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YTN 15기)는 "우리 5명은 잘못된, 부당한 지시에 부끄러워했고 괴로워했다. 그걸 글로 올렸을 뿐"이라며 "중요한 내용을 보지 못하고 성명에 들어간 표현을 문제 삼아 자신의 남편 회사 후배 5명을 고소한 김 변호사의 상황인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비방 목적이 아니었고,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며 "이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에 나온 상황이 YTN의 현 주소"라고 총평했다.

우철희 기자는 "정작 반성해야할 사람들은 부인 뒤에 숨고, 휴가를 갔는데 우리가 왜 (경찰서에)와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세월호'라는 세 글자가 나오면 스스로 부끄럽고 유족들께 죄송한 마음을 느낀다. 더 이상 그런 보도를 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우 기자는 어제(28일) YTN주주총회 현장에서 최남수 사장에게 15기 기자들의 피고사실을 알리고, 고소장에 최 사장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최 사장에게 물었다. 최 사장은 "사내게시판을 보고 사실을 알았다", "고소장을 보지 못했다. 상황을 보고 파악해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우 기자는 이날 현장에서 "지금 이 시간까지 (최 사장에게)온 연락이 없다"며 "(김 변호사의 고소는)최 사장이 뒤에 숨어 본인을 비방해 고소하고 싶었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원 기자는 "어제 주총장에서 '순진한 후배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말이 또 나왔다"며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들을 이용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월호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최남수 사장 반대 투쟁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순진한 후배들 그만 좀 이용하라"며 "우리가 걱정된다며 최 사장 체제의 형사고소 과정을 왜 그냥 보고만 있나. 최남수 옆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우리와 함께 해주면 그만"이라고 YTN 간부들을 질타했다.

임성호 기자는 류 전 실장의 부당한 취재지시, '삼성제보토스' 등이 성명을 작성하게된 직접적인 계기였다며 "이런 사람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최남수 사장이 부적격 하다는 것을 성명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그것 외에는 특정인을 비방하거나 평판을 깎아내리기 위해 썼던 글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아영 기자는 "가장 무서운 건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 때 우리가 따랐던 선배들이 양심 고백을 한 후배들에게 법적 칼날을 들이댔다는 무자비함, 그리고 (최 사장)본인 때문에 직원들이 고소를 당했는데 그 사실을 사내게시판을 통해 확인했다는 무책임함과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쓴 성명은 양심고백이었고 한 치의 거짓도 없다. 여기 계실 분들은 그 분들이 돼야 한다"고 흐느꼈다.

YTN 15기 기자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미디어스)

YTN지부 조합원들은 YTN이 9년전으로 돌아갔다며 울분을 토했다. 김선중 YTN기자협회장은 "정확히 9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기자들과 엔지니어들이 고소를 당했다. 저도 업무방해 혐의로 남대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를 받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9년 뒤 YTN에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청와대와 방통위가 상황을 방관한다면, 그것은 최남수 사장을 비호한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정부역할을 촉구했다.

해직기자 출신인 권석재 YTN보도영상인협회장 역시 "저도 9년 전 이 자리에, 남대문 서 앞에서 똑같은 기자회견을 했다"며 "그때는 당당히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했고, 오늘은 당당히 조사받고 나오라고 후배들에게 부탁한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진수 YTN지부장은 "남대문 경찰서 출두 기억이 난다. 모두 양복을 입자고 했다. 머리띠 하나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왜 부끄러움을 후배들이 감당해야 하나. 왜 우리가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가. 15기 기자 5명의 얼굴을 기억해 달라. 오늘의 출두는 YTN 구성원과 함께하는 가슴 아픈 출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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