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세월호 참사는 비극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참사 모두 이념의 잣대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두 사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대형 해상 참사라는 사실과 여전히 참사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나마 세월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철저한 원인 규명에 매진하고 있지만 천안함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이 8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념이 덧씌워졌단 점이다. 천안함의 북침을 믿느냐 아니냐가 종북이냐 아니냐의 동의어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소위 보수 측에서 자주 활용해왔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에도 등장했을 정도다. 이 문제는 희생된 46명의 용사들과는 무관하다. 폭침이든 아니든 이들이 임무 중 순국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KBS 2TV <추적 60분>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

인명이 46명이나 희생된 대형참사에 언론과 사회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왜 불온한 것이 된 것일까? 이 기조는 세월호 참사에도 이어진다. 심지어 어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조차 이념적으로 몰아간 기억이 우리에게는 분명 남아 있다. 역사적으로 보수를 빙자한 세력들이 이념 몰이를 할 때는 분명 자신들의 치명적인 잘못이나 비리를 감추기 위한 상황일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보수가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은 이런 측면들 때문이다.

어쨌든 KBS <추적 60분>이 8년 만에 다시 쫓은 천안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용은 어렵다. 산화물과 수화물을 차이를 아무리 자세히 들어도 모를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천안함 북침의 결정적 아니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어뢰에 흡착되어 있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폭발여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골치 아픈 과학을 벗어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추적 60분>이 발견했다. 바로 침몰 직전 천안함 내부 상황이라고 국방부가 제출한 동영상이 원본이 아니라 모니터를 다시 촬영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 동영상이 당시 천안함 내부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KBS 2TV <추적 60분>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

그 근거로 제시된 결정적 근거는 운동하던 병사들이 의자 위에 올려놓은 물병이었다. 천안함 사고 당시 바다는 2.5m의 파도가 치던 상황. 실제 천안함에서 근무했던 KBS PD는 파도 높이가 1m만 넘어도 물잔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영상 속 물병은 의자에 올려놓자마자 곧 잔잔해졌다. 도저히 너울이 있는 바다를 항해 중인 배 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이처럼 <추적 60분>이 내놓은 의혹은 영상과 수화물의 정체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천안함의 스크래치나 절단면의 문제 등의 의혹도 놓치지는 않았다. 실제로 천안함을 인양했던 업체 대표는 “폭발이 아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물론 그밖에도 천안함 사고에 대한 의혹은 매우 많으며,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이들 모두는 곧 천안함 사고 재조사를 향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46명의 생명을 잃은 참혹한 사고였다. 이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희생한 용사들의 넋을 달리기 위해서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합리적 의혹 제기를 막기 때문에 괴담도 발생한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를 위해 몇 번이라도 재조사를 한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이제는 그 진실에 다가설 때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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