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에 전시된,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가의 조각 작품 ‘관계항-길 모퉁이’(2015)에서 몰지각한 관람객의 낙서가 발견됐다.

지난 1월 말,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조형물 철판에 고의적으로 긁은 형태의 낙서가 발견됐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관리 소홀을 틈타 이우환의 작품에 스크래치를 낸 건데, 누군가가 영어로는 ‘WANNA ONE', 한글로는 ’강다니엘‘,’이대휘‘라는 글자를 하트 문양과 함께 새겨 놓았다.

워너원은 올해 신곡을 발표하고 나서 홍역을 단단히 치렀다. 엠넷닷컴 스타라이브에서 실시간으로 방송이 송출되는 걸 모르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그 대화 내용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는 방송사고를 냈다.

그룹 워너원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0+1=1(I PROMISE YOU)'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후 워너원의 방송사고 자체보다 대화 가운데 성적으로 부적절한 용어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가 온라인을 타고 급격하게 퍼졌다. 온라인상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밝히기 위해서는 워너원의 소속사가 움직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소속 가수를 보호해야 마땅할 기획사가 움직인 게 아니라 워너원의 팬덤인 워너블이 움직였다. 당시 일어난 사태를 보다 못한 워너블이 스타라이브의 대화 내용을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결국에는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었다.

기획사가 가수를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지만 기획사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 워너블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이룬 성과다. 워너블의 가수 사랑이 항간에 도는 의혹을 깨끗하게 밝힐 수 있었음과 더불어 자신들이 사랑하는 가수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워너블은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게 만들었다. 먼저 지난주의 극성 워너블을 살펴보자. 기사 '워너원 방송사고에 극성 팬 기자간담회장 난입까지, 왜 이러나'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부 극성 팬 두 명이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언론관계자가 아님에도 몰래 들어왔다가 경호원에 의해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26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에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작품. 지난 1월 말 누군가 이 작품에 낙서해 부산시립미술관 측이 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그런데 금주에는, 몰지각한 워너블이 지난 1월 부산에 전시된 이우환의 야외조형물에 워너원과 강다니엘, 이대휘의 이름을 새겨놓은 사건이 뒤늦게 이슈화됐다. 극성 워너블의 불미스러운 행보가 한 번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주와 금주 연이어 이슈화된 것이다.

<프로듀스 101> 때부터 워너원을 사랑해오던 대부분의 워너블은 워너원이 방송사고로 난처한 입장에 빠지자 기획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했다. 녹음된 음성 파일을 의뢰, 결국에는 성적인 발언이 아니었음을 대중 앞에서 증명했다. 이들 대다수의 워너블은 워너원에 대한 애정을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증명했고, 대중 또한 워너원을 향한 워너블의 애정이 얼마만큼 깊은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몇몇 극성 워너블은 서울에선 언론관계자가 아님에도 무단으로 취재 현장에 난입하질 않나, 부산에서는 시가 7억 이상의 야외조형물에 워너원과 멤버의 이름을 스크래치로 남기기까지 해, 두 주 연속 워너블의 워너원을 향한 팬심에 먹칠을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몇몇 워너블의 연이은 추태는 워너원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워너블의 애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워너원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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