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명회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또다시 고함과 욕설로 뒤덮였다. 지난해 9월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교육감-주민 토론회'에서 장애아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제가 욕을 먹더라도, 반대가 있더라도 대화를 하면서 의연하게 추진하겠다"며 특수학교 설립 의지를 밝혔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는 지난해 9월, 특수학교 신설 논란과 관련해 열렸던 토론회와는 달리 강서구와 서초구에 들어설 특수학교 두 곳의 확정된 설계를 공개하고 추진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터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설립추진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명회는 시작과 동시에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설명회장에서 기습 집회를 벌였고, 이내 설명회장은 고성과 욕설로 뒤덮였다. 이들은 "이미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있는데 왜 또 짓는 건가"라며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 짓는 게 우선"이라고 항의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27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부분은 정말 제가 욕을 먹더라도, 반대가 있더라도 한편에서는 대화를 하면서 의연하게 추진하려고 한다"며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왜 강서구에만 짓느냐"에는 비대위의 항의에 대해 조 교육감은 "강남에 하나, 강서에 하나다. 이번에 서진특수학교(강서)와 나래특수학교(강남), 두 개가 동시에 설계 완성이 됐다"며 "강서만 짓는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동구 쪽에도 하나를 추가해 3개가 지어지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특수학교가 없는 7개 구에도 지을 것"이라며 "왜 강서만 하느냐라고 말씀을 안 해주시면 좋겠다. (비대위가)열린 자세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터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출입을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 교육감은 지난해 9월 토론회 이후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조 교육감은 "작년 9월 6일 (학부모의)무릎 꿇은 사진 한 장이 특수학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크게 반대하시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특수학교에 대해 많은 분들이 훨씬 더 열린 자세로 생각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렇게 안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했다.

조 교육감은 실제로 9월 토론회 이후 교육청에 국민들의 많은 성원이 보내져왔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에는 '강서주민이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우리는 환영한다', '강서주민이라는 게 때론 부끄럽기도 하다' 등 강서구 주민들의 의견도 함께 접수됐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설명회를 가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조 교육감은 "협의는 작년 9월 이후 계속 해왔다. 비대위와도 협의를 했다"며 "한정 없이 협의를 미룰 순 없고, 마침 설계가 20일 경 완성이 됐다. 설계 전반에 대한 의견도 들어야 하고, 또 주민 편의시설에 대해 보여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하게 됐다"고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 부지에 편의시설을 지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것을 지역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저는 주민 편의 시설을 통해 플러스를 드리겠다"며 파주 '지혜의 숲', 코엑스 '별마당도서관'과 같은 공간을 예로 들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주민들이 손해라고 느끼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혜택, 교육청 수준의 혜택 등을 모아 주민들이 흔쾌히 장애인 학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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