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가 2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각 당이 본격적인 후보 공천에 나선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선거연대로 단일대오를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차기 대선의 해법으로 중도보수 단일화를 제시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밤 중앙일보는 유승민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유 대표는 다음 대선의 승리 요건으로 "중도 플러스 보수 영역에서 아주 공정한 방법으로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손을 잡느냐"는 질문에 유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달 23일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자유한국당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유승민 대표는 "홍준표든 안철수든 남경필이든 총력을 다해 경쟁하고 어떻게든 보수가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 때 막판에 저보고 단일화 노력을 안 했다고 하는데, 제가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홍 대표와 저 사이에는 단일화 이야기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제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불공정한 방식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그러면 전 완주하겠다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러브콜' 한 적은 없나"란 질문에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로 홍 대표를 예방했을 때 농담 비슷하게 '자유한국당으로 오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대꾸도 안 했다"면서 "청와대 5당 대표 회동 때는 '여기 오니 말 통하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농담한 정도"라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의 인터뷰에 대해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지방선거를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러한 예상에 힘을 더한다. 특히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사이에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도 못할 위기다. 홍정욱 전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홍준표 대표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황교안 전 총리도 서울시장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의원이란 '거물'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데, 본인도 "당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출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제주지사도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은 원희룡 지사라는 강력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방훈 전 정무부지사가 공천 후보자로 결정된 상태지만, 아무래도 이름값에서 오는 무게감이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연합뉴스)

다만 원희룡 지사의 경우 제주도민들에게 무소속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본인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30일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은 '제주 4·3특별법 개정안 법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23일 늦은 오후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당초 30일 안철수 전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해 원 지사를 만나 탈당을 만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원 지사가 불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지사가 이러한 압박을 받는 이유는 바른미래당이란 소속정당에 있다. '제주의 아들'로 불리며 제주도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원 지사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갈라진 보수 지형에서 원 지사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표가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남경필 지사가 버티고 있는 경기, 유정복 시장이 있는 인천, 서병수 시장이 버티는 부산 등의 광역단체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 역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가 동시에 출마할 경우 보수 유권자들의 표가 갈라질 수 있다.

결국 유승민 대표의 중앙일보 인터뷰는 이러한 고민들을 종합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선에 대한 질문을 계기로 중도보수 단일화의 운을 띄우고, 선거 막판 자유한국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노릴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유승민 대표 발언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바른미래당이 선전할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가 서울, 제주 두 곳"이라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원희룡 지사의 탈당을 막고, 안철수 전 의원의 선전 가능성까지 보고 있을 것"면서 "그 부분에 대해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어떤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엄경영 소장은 "(유승민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까지 내다보고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면서 "선거 막판 서울과 제주는 바른미래당, 경기와 인천·부산 등은 자유한국당 후보가 출마하는 대타협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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