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욕심이 많은, 할일도 많은 방송이었습니다. 기존의 멤버 숫자만큼이나 많은 신참자들의 소개는 기본으로 들어가야 하겠고, 이들의 가입으로 엉클어져버린 터줏대감들의 캐릭터와 상호관계도 재조정이 필요했으니까요. 그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할 농사일도 내팽개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원투수라도 데려오긴 했지만 혹독하고 기나긴 재활 기간을 보내고 있는 김종민의 적응도 챙겨줘야 하구요. 단 60분이란 시간동안 청춘불패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너무나 많고, 복잡했어요.

그럼 이 모든 목표들이 무난히 달성되었을까요? 글쎄요. 확실히 청춘불패답기는 했습니다. 무언가 다 해결할 것처럼 의욕 넘치게 달려들다가도 어수선하게 이리저리 이야기가 퍼져버리다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식 역시도 그동안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었던 모습 그대로였죠.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거리는 겉핥기식의 처방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었지만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흩어져 버렸습니다. 그냥 딱 청춘불패다웠어요.

새로운 멤버들은 틈만 나면 기존 유치리 아이들과 엮이면서 자기 캐릭터를 만들기에 분주합니다. 서툰 농사일에도 열심이고 내심 의욕을 보이며 스스로의 예능감을 테스트해보기도 하죠. 원조 G7 아이들도 이들 새내기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려 애도 쓰고, 예전에 보유하고 있던 캐릭터를 하나씩 꺼내 보이며 어떤 것이 새 식구들과 어울리기에 적합할지 시험해봅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하고 골치 아픈 주제들은 그냥 별다른 여운도, 연결점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에피소드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 버립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주 청춘불패 역시도 그냥 한번 사용되고 없어질 일회용 이야깃거리들의 연속일 뿐이었어요.

나름 여러 가지를 궁리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소리의 눈물 고백이 난데없고 어색해 보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처음 청춘불패 투입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논란의 주인공이었고, 여전히 그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많았을 멤버이기에 한번은 그녀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시청자들 앞에서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것은 생각보다 이를 둘러싼 잡음을 잠재울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궁리 끝에 나왔을 소리의 눈물은 공감과 격려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좀 뜬금없었어요. 오히려 조금 당황스러웠다고나 할까요?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며 분위기를 주도했어야 할 김신영의 페이스 조절은 여전히 미숙했고 낮의 활력이나 소란스러움과 지나치게 대비되는 질문 시간의 대비는 프로그램 전체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더군요. 누가 봐도 의도적인, 질문 순서를 소리를 마지막으로 배치하는 뻔한 술수도 그 이전의 다른 새내기들과의 질문 강도의 차이가 눈에 띌 정도라서 너무 노골적이었고, 그마저도 김종민의 전화 연결로 분위기를 깨버리면서 몰입하질 못했어요. 와와거리면서 신나게 웃고 즐기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소리를 보는 것은 그냥, 당황스러웠어요.

청춘불패는 그냥 이젠 과한 기대도, 높은 완성도를 바라는 것도 도리어 어색해진 그런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는 말입니다. 거창하게 새로운 농촌상을 제시한다고 말해보기도 하고, 여자 아이돌의 농촌 체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기도 하지만 청춘불패는 이젠 그런 포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냥 어설픈 것 자체가 매력이 되어버린 괴상한 매력을 풍기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어요. 이젠 세련된 진행과 매끄러운 전개가 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새로운 멤버가 들어왔건 말건, 어떤 새로운 에피소드를 진행하던 청춘불패는 그런 것이 중요한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그룹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딱 그 수준의 프로그램. 지금의 청춘불패는 자신들이 가진 무한히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제거해버린 못다 핀 꽃송이 같은 느낌입니다. 아쉽고 또 아쉬워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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