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뮤직백크 상반기 결산무대에서 소녀시대가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뮤직뱅크 상반기결산무대의 최대 화제는 1위를 누가 했냐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 소녀시대 리더 태연의 1위 수상소감이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놓여졌다. 이 날 태연은 뮤뱅밴드라는 특별한 순서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생방송 때에는 사전에 녹화된 화면이 송출됐다.

그리고 1위 그룹이니 당연히 엔딩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무대 위 태연의 모습이 평소와 전혀 딴판이었다. 목소리가 우선 힘이 없고 음정조차 불안했으며 노래하는 내내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1위 수상소감을 통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뿐만 아니라 상반기에 많은 가수들이 열심히 하셨으니까 노력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KBS 뮤직뱅크에서도 노래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 부탁드린다"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 누구의 수상소감에서도 들을 수 없던 말이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졌다. 소녀시대가 숨만 쉬어도 논란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소녀시대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관심의 대상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논란에 대해 따지기 전에 태연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동기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발단은 뮤뱅밴드 사전녹화 때 있었다. 아이돌 멤버들이 밴드를 구성해 합주한 뮤뱅밴드는 태연과 정용화가 메인보컬을 맡았다.

아이돌밴드의 전반적인 연주상황은 좋았다. 그러나 폭죽이 터지는 순간부터 태연의 이어폰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태연의 음정이 불안한 감을 보였다. 태연이 바라보는 쪽에 아마도 음향콘솔이 있을 것이다

두 번의 리허설 끝에 실제 녹화에 들어간 뮤뱅밴드의 전체적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다만 노래하는 도중 태연이 여전히 모니터용 이어폰에 문제가 있다는 제스추어를 했고, 녹화가 끝난 뒤 스태프들과 무대에서 이야기를 나눴으나 재녹화 없이 그대로 무대를 내려갔다. 이때가 오후 5시경이었다. 녹화일정이나 여러 가지 현장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보인다.

그뿐 아니라 중앙에 설치된 LED가 붕괴되어서 궁여지책으로 다른 한쪽도 떼어내서 균형을 맞추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효리 대신 걸 그룹들이 단체로 치티치티뱅뱅을 부를 때 니콜 바로 옆으로 조명등이 떨어져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이 날은 상반기 결산인 탓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가수들이 출연했고 자연 시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트에 다소 문제가 생길수도 있고, 사전녹화 과정도 가수들의 마음에 딱 들게 하기에는 시간에 쫓겼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가수 입장에서는 방송될 내용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태연의 경우 사전녹화 때 부른 노래가 상당히 고음역을 요구하는 곡이라 목에 무리를 줄 수도 있었고, 약 2시간 뒤인 본방 무대에서 Oh!를 부를 때 목이 잠겼을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또한 대기실에서 뮤뱅밴드의 방송화면을 본 태연은 자신의 노래에 남들은 알지 못할 불만과 아쉬움이 컸을 수도 있다.

태연 일만 아니었으면 써니의 안무실수가 화제가 됐을 것이다.

목도 잠기고, 자신의 노래에 마음이 들지 않은 탓에 수상소감을 밝히는 목소리와 표정이 전처럼 밝고 명랑하지 않을 수 있다. 방송사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말도 확대 해석이 필요 없는 단순한 바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를 두고 태연이 무대에서 웃지 않은 것은 프로답지 않다던가, 방송사와 힘겨루기를 한다는 등 누리꾼들과 일부 매체들의 보도태도는 없는 논란도 부추기는 태도를 드러냈을 뿐이다.

사실 음악프로 환경은 가수들에게는 매우 열악하다. 먼지까지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음향에 대한 개선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다. 소위 핸드싱크라는 밴드들의 연주흉내도 역시나 열악한 방송환경 속에서 나온 억지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브를 하는 가수들에게 반주와 함께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태연이 그런 환경에 대한 개선을 언급한 것 자체는 흠잡을 일이 아니다. 다만 소녀시대가 본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평소와 달리 웃지도 않고 힘없는 모습을 보인 것과 연결 지어서 오해를 사는 부분도 없지 않다. 결국 웃지 않은 죄가 태연에게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돌이라고 해서 항상 웃는 인형이 아니다. 몸 상태에 따라서, 감정에 따라서 웃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기왕 무대에 올랐으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소녀시대는 아홉 명의 멤버가 있고, 태연을 빼고 모두는 평소와 다름없는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태연이 생방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본인이 해명하기 전에 너무 서둘러서 상상하고, 억측해서 결국은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끌고 가는 뻔한 수순이 이제는 좀 식상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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