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호감도가 높아 시민들이 예전과 달리 정부 편을 든다고 하더라도 좀처럼 되지 않는 기관이 하나 남는다. 자유한국당의 말처럼 경찰은 과거 부정한 권력의 충실한 팔다리가 되어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을 오남용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도 왠지 경찰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불거진 자유한국당과 경찰과의 갈등에는 의외로 경찰 편을 드는 시민들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면 그냥 싫어서 경찰을 두둔하는 것도 있겠지만 범죄혐의를 잡아 수사를 진행하는 것에 욕설보다 더한 막말을 쏟아 붓는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해도 너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친개·똥개…'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한국당-경찰 충돌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입니다”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장제원 의원이 경찰을 향해 던진 거친 언사들이다. ‘정권의 사냥개’ ‘광견병’ ‘미친개’ ‘몽둥이’ 무엇 하나도 당사자인 경찰이 들었을 때 참을 만한 단어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이처럼 경찰을 강하다 못해 처절하게 공격하는 이유는 경찰이 수사하려는 대상이 현재 시장이며, 다음 지방선거 후보로 공천이 된 울산 김기현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필 차기 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날 공교롭게도 경찰의 압수수색도 있어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것이 더 감정을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경찰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는지 경찰들은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격언을 쓴 팻말을 경찰 내부 인터넷망과 SNS에 올렸다. 또한 엄연한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에 온갖 막말을 쏟아 붓는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대한 여론도 좋을 리 없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장제원 의원의 말에는 화자가 주어라는 반응도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경찰을 ‘미친개’에 비유한 자유한국당의 과도한 피해의식이다. 경찰들의 그나마 소심한 반발과 항의에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굴복하지 않고 국민들을 위해서 어떤 것이 정의고 올바른 길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공정하게 일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어디선가 선동하고 있겠지만 경찰 외곽조직을 동원한 ‘장제원 죽이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미친개·똥개…'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한국당-경찰 충돌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경찰에 대한 표현이 공당의 논평에 합당하냐는 것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야당의 입장에서 이번 수사에 대해서 반발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모욕을 당한 경찰의 매우 소심한 항의마저 ‘장제원 죽이기’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유도하는 발상에 놀라울 따름이다. 경찰은 그간 ‘짭새’라는 흔한 비속어조차도 모욕죄로 처벌해왔다. 그보다 더한 미친개라는 말에도 그저 SNS에 인증샷이나 올리는 얌전한 항의를 하는 경찰의 태도는 오히려 시민들 입장에서는 '장제원 죽이기'는커녕 ‘장제원 봐주기’로 보일 따름이다.

더군다나 자유한국당이 ‘미친개’니 ‘백골단’이니 하는 험한 말들을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에도 했더라면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말할 자격이나마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물대포에 시민이 쓰러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도 자유한국당은 엉뚱한 음모론으로 본질을 왜곡하려 했을 뿐이다. 그러고서 권력을 잃었다고 이제 와 느닷없이 경찰에 의해 탄압받는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한들 말이 될 리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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