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다같이 모여 코멘터리를 하는 자리는 흥미로웠다. 촬영이 끝난 지 3개월 만에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가라치코를 돌아보는 시간은 본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과 재미를 전해주고 있었다. 시즌3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분명 시작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추억 남긴 가라치코;
가라치코의 포근함, 대단하지 않은 일상의 소소함이 담겼던 윤식당 2호점

방송은 끝났다. 한정된 시간 동안 가라치코에 식당을 차리고 한식을 판매하던 '윤식당'은 정이 들만 하니 떠나야 되었다. 한국에서는 가장 추웠던 겨울이었지만, 가라치코는 아름답게 반짝이는 섬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월과 함께 어울려 사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처럼 다가올 정도였다.

'윤식당'에는 이번에도 참 많은 손님들이 찾았다. 숫자보다 그곳을 찾은 이들의 얼굴들을 떠올려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여행객들로 시작해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게 된 '윤식당'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찾아주며 그곳은 더욱 값지게 변모해갔으니 말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유럽에서는 유명한 여행지이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찾기도 했다. 그중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인물이 등장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그가 누구인지 바로 드러나기도 했다. 대부분이 유럽인들이지만 각자 다른 나라에서 여행을 온 이들이 낯선 한국 음식을 접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였다.

한식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상황도 자주 접하게 된다. 여전히 한식은 세계화 되지 못했다. 물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역시 전 세계인들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연하기도 하다. 이제 막 그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윤식당'에서 다양한 반응들은 흥미로웠다.

한식을 의외로 잘 아는 외국인도 제법 존재한다. 미국 코리아타운 근처에 살며 음식을 맛본 이들도 있고, 실제 한국에서 거주한 외국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익숙한 한국어로 간단한 대화도 가능한 그들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그만큼 그런 풍경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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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곳 사람들의 음식이 뭔지도 몰랐던 가라치코 토박이들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에게 '윤식당'은 평생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음식을 맛보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서 한식을 맛보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건강한 도전 정신도 엿보였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한식. 그리고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조금이라도 그 문화를 배워보려 노력하는 가라치코 주민들의 모습은 참 좋았다. <윤식당2>가 얻은 것은 바로 가라치코라는 마을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5천 명 정도가 거주한다는 가라치코는 작다. 하지만 1년 내내 온화한 날씨를 가진 그곳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만 했다. 천연 수영장과 스페인 축구 열풍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천연 잔디 구장까지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는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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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엽서에서나 볼 듯한 집들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는 그곳은 대도시의 바쁜 일상과는 크게 달랐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집 앞을 쓸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옥상에서 빨래를 널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관계,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사람들, 애완견과 산책을 하는 그들의 일상에서 조급함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가라치코 주민들이 중요했던 이유는 그들은 단순히 음식만 먹기 위해 찾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들이 모이면 그곳은 작은 사랑방이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고, 그런 그들의 이야기 속에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돋아나기도 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라치코 주민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광장 식당 셰프와 스태프들에게도 어떤 삶이 진정 자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지 고민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식당 주인도 행복이 많은 돈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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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셰프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은 그들이 행복한 이유를 언뜻 알게 해준다. 모두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역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담론을 나눌 테니 말이다. 숙소를 가기 위해 꼭 거쳐 가야 하는 커피숍 주인 역시 행복은 큰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을 정도의 돈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그들의 가치관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행복을 이야기하게 한다. 물론 사회복지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에 따라 그 삶의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우리에게는 악착 같이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자리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외국인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불안한 미래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런 불안이 곧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곤 한다. 더욱 광풍처럼 몰아닥친 줄 세우기와, 비교하는 문화는 '돈'을 숭배하도록 요구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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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재무를 맡은 이서진에게는 하루하루 식당의 수익이 중요했겠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식당 영업이 끝난 후 집에 들어가 함께해 먹던 음식. 그 다양한 요리가 대단한 게 아니라 넷이 함께 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 행복했다.

오십이 가까워져 결혼은 생각하지 않는단 서진에게도 그 추억은 가치 있게 다가왔을 듯하다. 식구란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진짜 식구가 되었다. 함께 노력해서 일하고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그들은 진짜 식구였다.

가라치코에도 케이팝은 존재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그곳 아이들에게도 뿌리 깊게 내려 앉아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케이팝 역시 그곳 아이들에게는 유행이었다. 박서준을 보기 위해 '윤식당' 주변을 서성이던 가라치코 아이들이 바로 매일 케이팝을 듣고 노래하는 그들이었다.

발매가 되자마자 그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케이팝 인기는 분명 존재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엄마와 함께 찾아와 윤여정에게 사인을 받아가던 그 소녀에게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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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의 강력한 단짠 입맛에 놀라기는 했지만 단박에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윤여정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던 이서진은 이미 시즌3를 위한 김밥과 제육볶음 등 다양한 메뉴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해맑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유미는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새롭게 합류했지만 강력한 태풍의 눈이었던 박서준은 식당 밖에서는 진짜 요리사였다. 다양한 요리를 직접하고 그렇게 식구들과 나누는 모습, 그리고 다양한 알바를 해봐서인지 서빙을 잘도 하던 서준이 없는 시즌3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윤식당3>가 언제 어느 곳에서 시작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시청자들은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수익이 중요할 수는 없다. 가라치코 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하며 한국과 우리의 음식을 알리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명확해졌다. 다음 여정지 역시 목표는 가라치코와 유사해져야 한다. 잘되는 식당이 아니라 사랑방 역할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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