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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러시아에 짜릿한 역전승,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8.03.24 11:09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역시나 스포츠에 있어 불멸의 명언이었다. 6엔드까지 1대 7. 절대적으로 불리한 아니 패색이 짙은 경기마저도 한국 여자컬링팀 컬벤져스는 극복해냈다. 포기를 모르는 근성으로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간 끝에 최고의 컬링 드라마를 연출했다. 

초반부터 한국팀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몰렸다. 특히 스킵 김은정의 컨디션이 극도로 나빠 보였다. 초반 엔드에서 김은정의 투구는 실수를 연발했다. 김은정 스킵의 상태는 그대로 점수에 영향을 끼쳤다. 전반 5엔드에서 러시아가 5점을 가져가는 동안 한국팀은 단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3엔드에는 후공을 잡고도 스틸을 당하기도 했다.

저조한 분위기는 후반 첫 엔드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후공으로 후반을 맞은 한국팀이지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2점을 스틸을 당하면서 스코어는 1 대 7로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남은 엔드는 4개뿐.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했다. 배구가 세터 놀음이고,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컬링은 그보다도 더 스킵이 승부를 좌우한다. 한국팀 스킵 김은정의 컨디션이 문제였다.

컬링 러시아전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그러나 그 다음 7엔드부터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후공을 잡은 한국팀은 7엔드에서 처음 2득점을 하며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상대와 자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7엔드까지 마친 시점에서 3 대 7은 현저하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한국팀은 8엔드에 1점, 9엔드에 1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10엔드에서 2점을 스틸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대할 수도 없었던 동점을 만들어냈다. 지난 미국전의 상황이 데자뷰처럼 재연되는 느낌이었다. 하우스 안에는 네 개의 스톤이 있었다. 러시아 스톤 2개는 외곽에 흩어져 있었고, 중앙 가까이에 한국 스톤 2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 스톤 중 하나만 쳐내 1점을 스틸을 당해도 승리를 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히트엔스테이를 하든, 히트엔롤을 하든 러시아는 한국 스톤을 맞추기만 하면 이길 수 있었다. 사실상 누가 봐도 게임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스킵의 마지막 투구는 아무 것도 맞추지 못하고 하우스를 통과하고 말았다. 3연속 스틸을 당하면서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자컬링 대표팀[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게 극적으로 연장에 돌입하게 된 한국팀이었지만 여전히 선공이라 불리한 입장인 것은 분명했다. 역시나 승부는 마지막 두 스킵들의 대결로 갈렸다. 더도 말고 1점이면 충분한 게임이었다. 양팀은 서로 하우스 중앙을 노린 드로우로 맞붙었다. 

한국팀의 리드, 세컨, 써드 선수들이 미세하게 러시아를 압박했고, 결정적으로 김은정 스킵의 투구가 플랜B로 적중하면서 하우스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심지어 처리가 쉽지 않은 절묘한 위치에 서기까지 했다. 실질적으로 미스샷이 위닝샷으로 바뀌었고, 심리적으로 러시아가 그 위기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플레이는 사람이 했지만 결과는 신의 장난이었다.

이후 러시아 스킵의 간절한 투구가 이어졌지만 신의 장난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한국팀의 역전 드라마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한국팀은 남은 스코틀랜드와의 마지막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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