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다른 의견들도 있습니다만.. 우리 대표팀에 이어 일본이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너무나 의미 있는 결과인 거 같습니다.
유럽과 남미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아시아"가 새로운 돌풍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거죠!

16개의 팀이 본선에 올랐던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까진 대부분 16개 이하의 팀들이 참가했기에, 16강이란 단어의 의미를 찾기가 조금 어려울 거 같습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이르러서야 24개국 본선 시스템이 정착된 가운데 이때는 12강, 1986년 대회부터 본격적인 16강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1986년부터 1994년 미국 월드컵까지는 24개 팀이 16강팀을 가렸고, 지금의 32개팀 조별예선 방식은 불과 12년전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였습니다.

▲ 1998년 월드컵, 당시에 모뎀으로 이 역사적 FIFA시리즈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16강이란 단어가 의미 있게 된 1986년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모두 7번의 월드컵16강 팀이 있었는데요.
역사 속의 16강, 2라운드 혹은 스테이지 2에 올랐던 팀들의 대륙구성을 볼까요? 이 결과는 이번 월드컵의 성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참고로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조별 예선 뒤 2라운드도 3개팀이 4개조를 구성해 펼쳤는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남미 2팀을 제외하곤 10팀이 유럽팀이었다는 거.-
16강 진출팀의 주류는 역시나 남미와 유럽, 그 사이에 북중미팀들이 자리잡았다는 거. 변방은 늘 아시아와 아프리카였습니다.

16강의 시작 멕시코 월드컵,
아프리카 돌풍의 첫 주인공 모로코가 유이했던 아프리카 팀으로 16강에 진출합니다. 유이했던 아시아 팀, 한국과 이라크는 조별 예선 탈락.
15개의 나머지 16강팀 중 10개팀이 유럽팀일 정도로 유럽의 기세는 등등했다는 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도 아프리카팀의 16강 행진이 이어집니다.
이때부터 아프리카의 강호로 자리잡은 카메룬,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기대를 모았으나 3패로 탈락했지만, 당시 월드컵에선 16강에서 콜롬비아를 잡고 8강에 올라,
잉글랜드와 맞대결을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뭐, 아쉽게 8강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말입니다. 이때도 아시아팀은 이름이 없다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최초로 유럽과 북중미 및 남미 대륙 외에 대륙에서 2팀이 16강에 오릅니다.
바로 그 주역은 아프리카 열풍을 이어온 또 하나의 강호, 나이지리아. 그리고 16강에 처음 오른 아시아팀, 사우디 아라비아였다는 거.
북한이 1966년 기록했던 8강만큼이나 강력했던 사우디 돌풍, 심지어 같은 조에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같은 유럽팀들이 있음에도 이들을 제치고 얻은 성과였단 말이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그나마 이어지던 아프리카 팀의 16강 합류도, 새롭게 기대를 모은 아시아의 기적도 없이 유럽과 남미, 북중미국가들의 잔치로 끝나고 맙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사실 역사의 시작은 아시아 대륙 최초의 월드컵부터 쓰여졌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당시까지 개최국에겐 당연하게 여겨졌던 16강에 비교적 편안하게 안착했다는 거.
-하지만, 이번에 남아공이 탈락한 걸 보면, 결코 개최국 16강행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우리 대표팀의 4강 신화는 절대 폄하할 수 없는 결과죠.-
개막전에서 대어 프랑스를 잡은 세네갈도 16강에 올라 비유럽, 비미대륙 국가의 16강 3팀 진출이란 역사를 썼죠.
하지만, 우리 대표팀과 일본에게 개최대륙, 심지어 개최국이란 점에서 그 효과는 반감됐고, 2006월드컵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 2002 개최국과 함께 변방축구(?)의 힘을 보여준 세네갈. 대단했죠.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쉬움이 짙게 남는 대회였죠.
아프리카 팀인 가나와 현재는 AFC소속 국가인 호주가 16강에 올랐지만, 이 월드컵 당시만 해도 오세아니아 예선을 펼쳤단 점,
결국 아시아 국가는 모두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다음 대회부터 아시아에 예정된 호주 편입으로 아프리카와 같은 5장을 기대했으나 쉽지 않아졌다는 거.

결국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는 4.5장, 하지만 개최대륙인 아프리카는 6장을 확보하게 됩니다.
아프리카에게 많아 보이는 5장이라지만. 아프리카는 1998년부터 5장의 본선 티켓을 늘 받아오던 상태, 우리 아시아의 처지가 정녕 최악이란 생각이 드는 증거입니다.
2002년의 경우, 개최대륙으로 자동 진출이 2팀이나 있는 아시아 대륙은 그 당시에도 모두 합쳐 4장에 불과해 지역 예선으론 2팀만이 진출권을 획득했습니다.
-2006년의 경우, 아시아팀이 호주까지 5팀으로 나와 있으나, 예선을 펼칠 당시만 해도 호주는 오세아니아 예선을 펼쳤고, 남미팀과 플레이오프까지 거쳤다는 거.-

이런 과거를 보면, 아시아의 처지가 아프리카보다 안타깝죠.
-그런 가운데 이번 2010 남아공에선 홈인 아프리카는 고작 아마도 한 팀 정도가 16강에 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한 축구발전과 세계적인 재평가는 분명 같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는 거.

북중미에서 온 3팀이나, 강호 남미에서 온 다섯 나라는 그 숫자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남미의 경우, 10개국 가운데 절반이 온 꼴, 차라리 북중미 소속 국가가 30개국을 훨씬 넘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주 작은 소국들이란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야 하죠.
말할 필요도 없지만, 유럽은 53개국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3.5장!!! 이 부분이 가장 아쉽고, 좀 답답하다는 거.

아프리카나 우리의 경우는 그에 비해 소속국가 중 월드컵 티켓을 받는 숫자가 10분의 1 정도라는 거!
분명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수준이나 위치가 조금은 다시 평가받았으면 좋겠단 간절함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과, 일본의 16강 합류는 분명 의미 있는 결과고, 세계가 아시아 전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게 된다는 거죠.

물론, 단순하게 16강에 출전국가 중 절반에 해당하는 두 팀이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우리의 경우, 자국 프로리그의 현실의 한계가... 일본의 경우는 이제 겨우 월드컵 원정 첫 승을 기록했다는 역사적 한계가 명확하단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의 발전과 내일, 그리고 성장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위해,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또 요구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도 앞으로 다가오는 토너먼트에서 좀 더 선전을 펼쳐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서 말이죠.
그런 시간 속에 아시아 축구의 역사가 더해지고, 다른 한편으론 아시아 축구의 내일이 밝게 그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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