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종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분명!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한 대목, 하지만 또 그런 이유로 역사적이고 어마어마한 16강 진출의 의미를 애써 폄하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적정한 자리가 필요하단 거다. -이미 이런 이야기는 "축구와 선거"에 대한 포스팅에서 한차례 말한바 있다.-

오늘은 축구, 그것도 월드컵에 대해서 정치가 아닌, 경제적인 논의와 사회적 논의. 그리고 관련된 언론들의 이야기다.
마냥 비난하거나 폄하려는 의도는 없다.
무엇보다, 16강에 진출하며 온 국민이 기쁘다. 즐겁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나이지리아전을 보며 느꼈던 흥분과 기쁨은 대단했다.
그런 감정들은 소중하며, 우리가 지금 느끼는 자신감이나 행복은 분명 어떤 걸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다.

그런데, 거기에는 조금 다른 기쁨도 있는가 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번 중계방송을 홀로 책임진 SBS, 무수한 특집방송들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이 엄청난 효과로 돌아온 듯.

심지어 붉은 소녀시대 스타카드란 것도 월드컵 버전으로 만들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단다.

광고 수익에서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16강 진출여부, 우리 대표팀의 진출로 인한 효과는 엄청나 보인다.
당장 광고단가를 한국 16강전의 경우 15초당 광고 단가는 9220만 원으로 책정, 완전판매될 경우 70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전의 모든 광고가 이미 완전판매됐고, 15초당 9207만원이던 그리스전와 아르헨티전은 모두 팔려, 총 140억원을 벌었다니...

방송광고에서의 "완전판매"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광고는 프로그램 시간에 최대 10분의 1을 넘을 수 없다는 거.
보통 2시간으로 편성하는 일반적인 축구의 경우 120분의 프로그램 편성시간에 12분 정도가 광고 최대 판매치라는 거다.
그런데 지금 월드컵은 보통 3시간씩 편성됐고, 심지어 이번 토요일 11시 경기는 9시 50분에 중계방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거기에다 중계방송 이전 한 시간 동안은 "국민응원 대축제, 승리의 함성"을 방송한다고 한다.

사실, 공영방송이 아닌 민영방송 SBS가 월드컵을 통해 돈을 버는 건 결코 비난할 수 없다. 아니, 비난을 왜 하겠는가?
-심지어 공영방송들도 월드컵을 중계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작은 문제라면 SBS의 경우는 여전히 난시청 지역이 존재하고, 그런 난시청 지역 해소에 대한 노력의 의무도 크지 않다는 거.
-대부분의 난시청 지역은 SBS의 권역이 아니라, 지역민방들의 권역, 지역민방들은 오히려 이번 월드컵으로 손해가 크다고 한다.-

SBS의 문제라면 자체 노조에서도 지적하는 부분인 월드컵에 올인하는 편성과 보도의 문제가 될 듯 하다.
16강 진출과 동시에 너무나 바빠진 듯한 모습, 쉴틈없이 월드컵을 말하고, 빈틈없이 월드컵을 보도하다보니, 다른 것들의 자리가 없다.
보도기능이 약해졌다는 우려는 이미 자체적으로도 언급되는 부분, 스포츠 채널처럼 채널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도 우려되는 문제다.

드라마나 예능들은 모두 끊겼고, 월드컵 관련한 프로그램들로 매일매일 바쁜 제작과 편성이 이어진다.
동시 중계 3등을 넘어서긴 했으나, 스스로의 채널 이미지 개선 효과는 과연 얼마나 이뤄졌는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듯 하다.

뭐, 이건 어찌보면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3사의 보도에서, 또 여러 프로그램에서 월드컵과 관련한 이야기는 가득하고, 때론 볼만한 이야기들도 다루고 있다.

EBS의 월드컵 특집 '축구의 영혼, 세계의 거리 축구와 만나다'는 화려한 축구가 아닌 길거리축구를 보여준 좋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금은 과하다 싶은 모습들이다.
특히 뉴스편성에 있어서는 스포츠뉴스라 해도 될 정도, 아니 월드컵 뉴스라 부를 정도의 집중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다른 한편에서는 월드컵 기간동안 아주 바쁘게 추진하는 사안도 있다.
국민의 방송 KBS, 월드컵으로 화제가 온통 모아진 틈을 타, 수신료 인상을 상정해 버렸단다. 아무래도 이번엔 진짜 인상될 거 같다.

우리는 2500원을 내며 KBS를 보고 있는데, 그렇다고 KBS가 광고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번 상정안엔 수신료를 4600원으로 올리고 광고를 줄이거나, 6500원으로 올린 뒤 광고 자체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안이 있다.
이사회의 심의, 의결 뒤 방통위를 거쳐 국회 승인으로 최종 결정난다고 한다. 아주 바쁘고, 신나신 듯 일이 처리되고 있다.

사실 수신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논란이 있으니 접어두자.
난시청 해소나 모두에게 공공의 도구로서 방송을 말하는 근거가 되는 이 시청료가 지금 월드컵 기간에 논의됨이 아이러니 하다.
월드컵을 보지 못하는 곳, KBS는 나오지만 SBS나 민방이 나오지 않아 월드컵을 보기 힘든 소수에게 KBS의 시청료 인상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가지로 방송의 의미와 월드컵. 그리고 방송가의 움직임은 아이러니하게 흘러가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논란의 대상이 된 두 방송사는 어찌나 그리도 티격태격인지 모르겠다.
하긴 우리의 MBC는 이들보다 신나지도, 바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나 여러 일들이 뒤숭숭하게 얽혀있는지 모르기에 더욱 더 그렇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