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한국 축구였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대패해 걱정도 있었지만 이를 잘 이겨내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여주며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온 국민의 꿈이 이뤄지고, 한국 축구의 숙원도 마침내 해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원정 첫 16강에 오르기까지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하나를 이뤘기에 가능했습니다.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하나를 위해 선수들이 온 힘을 쏟아 붓고, 코칭스태프들이 이들의 힘에 큰 보탬이 되면서 그토록 원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긍정의 힘으로 자신감 넘치는 도전을 펼친 것은 이들의 큰 자산이 됐고,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 앞에서 빛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여기에 스타 플레이어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같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역대 본선 조별 경기 최다 골인 5골을 뽑아내는 성과도 내면서 화끈한 축구가 무엇인지를 큰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번 본선을 계기로 선수의 능력을 재발견하며, 가치를 끌어올리고 스타급으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기존의 스타 선수들만큼이나 빛나는 활약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밀은 5명의 태극 전사들은 이번 본선 경기를 통해 꼭 칭찬해야 할 '숨은 주역'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이정수 (사진 맨 오른쪽-대한축구협회)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

조별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명성을 날린 이정수는 이번 본선이 낳은 최고 스타입니다. 안정적인 수비 능력과 공격 본능을 동시에 갖춰 '팔방미인'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이정수는 첫 본선 경험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두각을 나타내며, 스타급 선수로 발돋움했습니다.

사실 이정수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잦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자주 얼굴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대표팀에 오를 능력은 충분히 갖춘 선수였지만 늘 따라다닌 부상 악령은 본선 무대를 향한 꿈을 가로막는 벽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피나는 재활 노력 끝에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고,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를 대신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불안했던 중앙 수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세트 피스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32개국 전체 선수 가운데 득점 2위까지 오른 이정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로 꼽을만 합니다.

▲ 차두리 (사진-대한축구협회)
'차미네이터' 차두리

요즘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차두리의 활약도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가을, 2년 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린 차두리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위력적인 몸싸움 능력으로 측면 수비에서 제 몫을 다 해주며, 팬들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2002년 본선 때 공격수로 활약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이미지가 강한 차두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수비수 전환에 도전해 나름대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도 빠른 시간 안에 수비수로서 정착에 성공하면서 위력적인 측면 자원으로 이름을 날렸고, 특히 이전 선수들에게는 볼 수 없는 밀리지 않는 몸싸움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위협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면서 '차미네이터'라는 별칭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8년 만에 본선 무대에 얼굴을 내밀며 허정무호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차두리의 플레이에 이제는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 김정우 (사진-대한축구협회)
'파병 용사' 김정우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는 현재 일병 군인 신분입니다. 그 때문에 남아공에 온 것을 두고 '파병 용사'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합니다. 마른 체형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거친 태클로 인한 파울로 맥을 끊는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는 군인다운 패기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상대의 공격 흐름을 완벽하게 끊는 역할을 수행하며, 16강 진출의 '숨은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독일 대회 엔트리에 탈락한 아픔을 완전히 씻어내려 하듯 김정우의 플레이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세련함과 노련미까지 더해져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해도 악착같이 뛰고 또 뛰며 미드필더와 수비 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중요한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군인 김정우를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눈여겨봐야 할 파병 용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조용형 (사진-대한축구협회)
'제2의 홍명보' 조용형

2004년부터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제2의 홍명보'라는 별칭을 들었습니다. 감각적이면서 안정된 수비와 공격으로 찔러주는 롱패스가 좋아 홍명보를 뒤따를만한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이 취임하고,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면서 잦은 실수와 불안전한 볼 처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자동문'이라는 오명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본선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주면서 적어도 자신이 지켜야 할 위치에서만큼은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다시 '제2의 홍명보'다운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꾸준하게 기량을 끌어올린 조용형은 성숙해진 능력을 바탕으로 더 큰 선수로 발돋움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 정성룡 (사진-대한축구협회)
'새로운 대표 수문장' 정성룡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주목받는 선수 중에 한 명이 바로 대표팀의 새로운 대표 수문장 정성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넘을 수 없을 것 만 같았던 주전 벽을 넘어 남아공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정성룡은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든든한 수문장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안정적인 공중볼 처리와 키핑력을 선보이고 있는 정성룡은 이번 본선을 통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거듭난 몇 안 되는 선수 중에 한 명이 됐습니다. 대회 도중 아들을 얻고, 또 16강 진출이라는 선물까지 받아 그야말로 복덩어리를 한 가득 안게 된 정성룡의 선전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지켜보고 응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16강 진출의 벽을 넘어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태극 전사. 자신의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며 16강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들의 활약이 또 다른 신화를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꼭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16강 우루과이의 벽도 넘겠다는 의지가 강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또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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