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한국 축구는 예선에서 5골을 뽑아내며 역대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조합은 저마다 1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골넣는 수비수' 이정수는 세트피스에서 높은 결정력을 자랑하며 2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공격수가 골을 넣은 것은 5골 가운데 1골에 불과할 만큼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박주영-염기훈 투톱이 3경기 내내 선발 출장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공격수들 이동국, 이승렬 등은 10분도 채 뛰지 않았고, 월드컵 아시아 최다골 기록에 도전하는 안정환은 출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활발히 움직이면서 득점 기회를 자주 만드는 등 나름대로 성과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염기훈의 경우, 이렇다 할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내팬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스페인과의 평가전부터 고집하기 시작해 4경기 연속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선발 출장 명단에 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16강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도 염기훈을 박주영의 파트너로 쓰려 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킥력이 좋아 세트 피스에서 다양한 옵션이 가능하고,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공격수 후보 가운데 좋다고 생각해 중용하고 있는 것이 염기훈을 잇달아 출전시키는 이유라고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예선 3경기에서 공격적인 측면에서 전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염기훈을 허 감독이 굳이 넣는 것은 왜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허정무 감독이 투톱 공격에 염기훈을 고집하는 것은 다소 이해가 안 갑니다. 골 결정력만큼은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동국이나 조커로서 전체적인 경기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던 이승렬이 엄연히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염기훈을 투입하는 것은 과연 승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물론 염기훈이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침투 플레이에 능하고, 이동국, 이승렬과는 다르게 박주영과의 플레이가 분산이 돼 최전방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적다는 면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마저 이번 월드컵에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골을 넣고,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공격수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면서 염기훈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잇달은 집착이 과연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한 번 유심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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