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싱겁게 끝났다. 이명박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권에 대해 등을 돌린 데에는 정부의 잘못된 언론정책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를 계기로 다시 ‘정부의 바람직한 언론정책’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부의 언론정책에 이념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본질적으로 정부의 언론정책에 관한 문제가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입장에서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따라서 어떤 대통령과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바람직한 언론정책’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노무현 정부가 그랬던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언론정책’으로 인해 국민과 국가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이명박 당선자가 제시한 국민화합과 전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의 기여에 대한 보은이나 정략적 관점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걸었던 전철을 다시 밟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언론정책은 무엇인가? 편의상 언론을 크게 두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 언론의 두 영역과 정부의 바람직한 언론정책
언론자유 영역, 간섭과 개입 안돼

첫째가 언론자유의 영역이다. 정부가 개입하거나 간섭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다. 우리 헌법 21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영역에는 취재,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물론, 언론사의 인사권의 독립 및 보장 등이 포함된다. 한마디로 이 영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물론 헌법 21조 4항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통령과 정부도 언론의 부정확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명예가 훼손되었을 때 원칙적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 청와대 반론보도 청구 등 자제해야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경우에는 반론권 청구나 명예훼손 소송 등을 최소한도로 자제해야 옳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정부는, 특정 언론의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하는 것까지 참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가 부정확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를 해도 좋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언론사의 책임은 엄연히 별개다.

어떤 언론사가 좌우 혹은 중도 등 어떤 이념과 특정한 편집방향을 갖는 것은 원칙적으로 그 언론사의 자유다. 다만 편집방향이나 이념적인 지향성과 상관없이,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언론의 기본적인 의무다.

흔히 족벌언론의 보도가 비판의 도마에 자주 오르는 이유는 종종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이 신문들이 때로는 국가와 국민과 독자의 이익보다는 자기 회사와 사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정파를 대변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탈세, 시장교란 등 불법행위 철저히 다스려야

언론의 또 다른 영역은 기업으로서의 언론, 즉 기업과 시장(市場)의 영역이다. 사적(私的)영역이다. 언론사라고 해서 탈세와 같은 부정과 불법이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다른 일반제품 보다도 더 사회적 공기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무가지·경품 제공 등 불법, 탈법 행위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시장 질서를 유지할 유일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것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이다.

그런데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는 간섭하지 말았어야 할 언론자유의 영역에서는 간섭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고, 정작 신문 시장에서 온갖 불법이 난무하는 것은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시늉만 내고 말았다. 그래서 이전의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의 언론정책과 본질적으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사전에 충분한 준비나 의견 수렴없이 ‘취재선진화 방안’이란 것을 내놓고 이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기자실 폐쇄 등 과거 박정희 유신정권 때도 볼 수 없었던 무리수를 강행함으로써 이같은 평가나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일단 기자실 폐쇄조치는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

취임 초에 언론정책 발표하고 실천해야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언론개혁의 주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언론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 책임있는 언론시민단체들이 정부에 대해 언론개혁의 주체로 나서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바람직한 언론정책을 수립하고 공표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취임 초기에 이같은 언론정책을 천명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