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쓸 만한 아니 핵심을 찌르는 논평이 나왔다. “국민을 위한 개헌과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는 말은 현재 국회에 팽배한, 개헌에 관한 설왕설래를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을 돌본 적 없는 국회에 시쳇말로 팩트폭격을 한 셈이다. 개헌을 두고 야권은 정당의 정체성을 막론하고 내각제를 밀어붙일 기세다.

예컨대 김현정 뉴스쇼에서 "총리추천제와 총리선출제가 사실상 같고 이게 다 내각책임제다라는 여권의 이야기는 지나친 왜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딱히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진보정당을 주창하는 정의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잡을 수 있다는 말에 후폭풍이 불자 다급한 나머지 내놓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 Ⓒ연합뉴스

총리추천제가 내각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은 국회의원만 모르고 다 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여러 번의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개헌에 대해서 분명히 했다. 거기에 내각제는 없고, 총리 국회 추천제란 변형된 내각제도 없었다.

현재 총리는 내각 추천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제 하의 총리와 달리 국회추천의 총리라면 내각 구성에 있어 대통령의 의중은 참고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어 거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국회의 행태를 보아 이런저런 협박과 몽니로 대통령의 임명을 강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회의원의 이런 후안무치한 권력 욕구에 대한 국민의 경고는 엄중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무려 91%였다. 어떤 쟁점보다도 압도적인 이유에 대해서 국회는 반성할 줄 알아야 하겠지만 오히려 이름만 바꾼 내각제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제라면서도 실질적으로 내각제적인 운용이 가능한 총리추천제를 슬쩍 끼워 넣는 식의 야바위 정치를 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18년 3월 18일 정기 여론조사 보고서

한마디로 정부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부결될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를 비판한 주체가 정의당이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개헌을 위해서라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지금의 정의당으로서는 오히려 당연할까?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국민의 뜻을 몰라서 타협안을 냈다는 말은 더욱 기가 막힌다. 여론조사는 보지도 않는 것인가? 정의당이 개헌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투의 발언을 할 줄은 몰랐다. 청와대 개헌안이 일부 발표된 후 말을 슬그머니 바꾸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정의당에 대한 깊은 실망이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에서의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추천한다면 국회는 어떻겠는가. 아마도 단박에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말부터 나올 것이다. 그것과 똑같은 말을 자신들은 버젓이 하면서 말이다.

야당들은 소위 개헌저지선을 쥐고 숫자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 반기고 있다. 국민을 위한 개헌과 국회를 위한 개헌의 가치와 계산이 부딪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에 대한 경고로 말없이 국회의원 소환제에 91%의 찬성으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지금의 경고는 2년 후 찾아올 총선에서 분명한 심판이 되어 돌아올 것의 예고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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