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3일에 걸쳐 기본권, 지방분권, 권력구조 개편 등 대통령 개헌 발의안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오는 26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 개헌안을 정식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부적절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국민헌법자문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만나 개헌안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연합뉴스)

Q.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두고 여야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하승수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

A.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국회에서 꽉 막혀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돌파구를 마련했다. 제가 작년 12월부터 경향신문 등에 칼럼을 쓰면서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 것도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돌파구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 추진은 정체돼 있던 논의의 돌파구를 여는 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추진이 확실히 효과가 있다. 개헌 문제가 논의되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불씨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해서 안됐던 논의가 개헌을 매개로 맞물려 돌아가는 판을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Q. 그러나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A. 자유한국당은 몰라도 다른 야당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추진 자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사실 개헌이든 선거제도 개혁이든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있었는데, 자유한국당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최근에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대표성을 반영하는 선거제도"란 얘기를 처음 했다. 그게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추진해서 나오는 효과다. 야당들은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내용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내용과 야당이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내용과 관련해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여당도 들을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Q. 개헌도 입법의 영역이라는 면에서 봤을 때는 국회가 여야 협의로 개헌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A. 원론적으로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는 의견이 서로 엇갈릴 수 있다. 그런데 어쨌든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헌법은 경성헌법이라 바꾸기가 어렵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해서 처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국회에서 2/3가 합의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들 능력이 한국 정당들에게는 없다. 정당이 정체성을 중심으로 묶여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막상 개헌의 세부쟁점으로 들어가면 한 정당 안에서도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권 조항 하나, 사법개혁 관련 쟁점 하나 가지고도 한 정당에서도 완벽한 합의를 보기가 어렵다.

지금 정당들은 개헌에 대한 당론을 조문 형식으로 내지도 못하고 있다. 못 내는 이유는 합의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경성헌법 체제에서 국회가 개헌 발의권을 독점하고 있으면, 한국은 개헌이 불가능한 국가가 된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권을 나중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그나마 대통령이 발의권을 가지고 있는 게 발의라도 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실제로 현재 국면에선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연합뉴스)

Q. 개헌 시기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여당은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를 얘기하고 있지만, 야당은 9~10월을 얘기하고 있다. 시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뭔가.

A.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에서는 공약이니 지키자는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투표율이 높아지면 선거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반대하는 거라고 본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계속 반대를 하다 보니 지금은 물러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초지일관으로 올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부치자고 한 건 인정을 해야 한다. 말을 바꾼 건 자유한국당인데 사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6월 개헌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지지층 결집도 할 수 있고, 투표율에 개헌 국민투표 하는 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6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자유한국당도 알 것이다. 반대했던 입장이 있어 발을 빼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헌 일정을 당기고 있다. 처음에는 12월을 얘기하다가 10월을 얘기했고, 지금은 6월 발의를 얘기했으니 9월 개헌을 말하고 있는 거다.

26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어차피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에 맞춰 일정이 진행되니, 자유한국당도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긴 어려울 거다. 지금 상태로 가면 자유한국당은 어쩔 수 없이 찬반표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개헌안이 부결 되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하지 못하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전부 자유한국당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자유한국당도 이제부터는 시기 문제보다 내용 문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에 바뀌고 있다.

Q. 이번 개헌에서 가장 큰 쟁점은 권력구조인 것 같다. 최근 야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등과 관련해 오히려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거란 비판을 하고 있다.

A. 권력구조에 대해 오해가 있는 거다. 4년 연임제냐, 중임제냐. 이런 건 권력구조의 본질이 아니다. 대통령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의원내각제든, 왕이 없는 나라의 경우 대통령을 둔다. 그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든, 5년이든 이런 부분은 정하기 나름이다. 대체로 많은 국가들이 대통령의 연임이나 중임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연임, 중임이나 임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어느 정도이고, 그 권한이 적절하게 분배돼있고 통제받고 있느냐, 이게 중요한 거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4년 연임제를 대통령 권한 강화라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 연임제냐 아니냐의 문제로 대통령 권한 문제를 얘기하는 건 시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거다.

Q. 국민헌법자문특위에서 대통령 권한 분산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크게 두 갈래의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이 가진 구체적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미국식 대통령제와 가깝게 바꾸는 방식이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없애고, 미국처럼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 국회의 예산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조약 비준 때 국회의 동의 범위를 확대한다든지, 미국 상원처럼 고위공직자 인준을 도입한다든지, 구체적으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안이다.

또 한 가지 흐름은 국무총리 선임 방식을 국회선임이나, 추천으로 문제를 푸는 게 협치를 하기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회가 총리를 선출 또는 추천해 대통령과 국회가 총리를 매개로 협치를 하게 하는 것이다. 자문위에서도 그 두 가지 안이 나왔고, 두 개의 안을 모두 청와대에 제출했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이런 식으로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놓고 어떻게 적절하게 분산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맞고, 여기에 공감대가 있다.

Q. 언론에서는 정부 형태를 중심으로 권력의 집중과 분산을 얘기하고 있다.

A. 아무래도 여론조사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고, 정치인들이 주로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인 것 같다. 어느 나라든지 정부 형태를 결정할 때 우리는 대통령제, 우리는 의원내각제, 이렇게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제도, 독일의 의원내각제도, 핀란드나 오스트리아의 이원집정부제도 구체적인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렇게 정해진 거다. 이 논의에 대해 정말 많은 오해가 있다.

이 오해를 걷어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 자문위 활동 당시에 권역별로 토론회를 했는데, 토론주제가 국무총리 임명방식이었다. 토론과정에서 시민들도 정치인들이 말로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를 얘기했는데, 이게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 토론이 좀 더 핵심을 갖고 실질적인 토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내용이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야 논의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헌 자문안 관련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김종철 부위원장, 정 위원장, 하승수 부위원장. (연합뉴스)

Q. 이번 개헌에서 기본권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A. 1987년 개헌 이후 30년 동안 국제적인 인권조항들이 굉장히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헌법에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성, 장애인, 아동·청소년, 노인 등에 대한 인권 조항이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다. 여성, 장애인 부분에 있어서는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무라든지, 아동·청소년의 경우 UN 아동·청소년 조약이 만들어지고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우리 헌법에는 그런 게 전혀 반영이 돼있지 않다. 기본권 관련해서 30년 동안 국제적, 국내적 진전이 있었던 수준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또한 생명권, 안전권, 환경권 등과 같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논의를 넣고, 임금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내용도 중요하다. 자유한국당이 공무원 노동3권이나,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내용 등에 대해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들이라 많은 부분 합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에도 의지가 강하다. 지방분권 의지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지역의 1당 독점 현상이나,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A. 지방분권을 했을 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은 사태에서 권한만 늘렸을 경우에 특정지역에서 1당 지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있다. 이 문제는 지방선거제도를 바꾸고 주민들의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해서 해결할 문제다. 이번 자문위 안에 주민소환, 주민발안, 주민투표도 헌법에 근거를 명시했다. 주민의 헌법상 권리로 보장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제도가 허술하게 만들어져 활용도 안 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선거제도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비례성의 원칙을 담았고, 이 부분이 선거법 개정을 통해 실현되면 지방도 그럴 수밖에 없는 흐름을 탈 것이다. 지방선거제도도 결국 바뀌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지방분권 개헌은 의미가 있다.

또한 자문위 안에 재정조정제도를 헌법에 근거를 두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국가가 보조금이나 교부제 등으로 지역을 지원하는데, 이런 것들이 중앙집권적이어서 지역의 자율권이 없다. 지금의 보조금, 교부세 등은 다 꼬리표가 붙어있다. 헌법상에 재정조정제도의 근거를 만들어서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대한 지원이 시혜가 아니라 한 국가 공동체의 구성으로서 지역에 재정을 배분받을 권리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지역이 정당하게 배부 받고 사용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재정조정제도의 근거를 갖고 법률을 만들어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책임성을 높이는 그런 방향성이다.

Q. 하승수 대표의 말을 종합해보면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면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국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A.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추진이 국회의 개헌 논의 본격화라는 효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26일 발의를 한다고 했고, 그러면 공은 국회로 가는 거다. 국회에서는 이제 각 당이 당론을 정해서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부터는 실제로 대통령이 발의하고 국회 내에서 협상이 벌어질 때 밀실담합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민이 바라는 국회나 정치의 모습을 만들 수 있는 논의가 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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