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언론 고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물론 미투 운동이 못마땅한 부류도 없지는 않다. 다만 시류에 대놓고 맞서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미투 운동에 다른 방법 혹은 법안 등의 후속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누구나 미투의 전령이 된 것처럼 발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회에 발의된 미투 운동 관련 법안은 많다.

말로만 미투 지지…'미투 법안' 139건에 처리는 '0'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문제는 일하지 않는 국회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발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미투에 국한해서 봐도 그렇다. 1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국회에는 미투 관련 법안이 무려 139건이나 발의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해당 상임위와 마지막으로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지만 미투 관련 법안은 발의만 되었지 법사위는 아직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만 새로 발의된 미투 관련 법안이 58건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통과되지 않은 법안이라면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당연히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 전체회의로 넘겨진 법안은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온통 미투로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열심이지만 정작 그 정의를 구체화시킬 법안은 없으며, 앞으로도 생길 거라 큰 기대를 할 수가 없다.

이런 무능하고, 게으른 국회에 사회 변화를 이끌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나마 겨우 뒤따르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1인당 제공되는 세비 및 보좌관 급여 등이 연간 7억 원에 가까이 소요된다. 300명이면 무려 2천억 원이 넘는다. 국회가 그만한 가치를 하고 있다고 믿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18년 3월 18일 정기 여론조사 보고서

오죽하면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나란히 구속될 상황에서도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들이 대통령 중임제나 현재와 같은 대통령제가 낫겠다고 하겠는가. 더 심층적인 여론조사는 없었지만 아마도 진짜로 대통령제가 좋다는 판단보다는 그 대안으로 제시한 내각제 혹은 분권형 대통령제 등 국회에 권한을 대폭 주는 것에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일지 모를 일이다.

그런 국회에 대한 불신을 말해주는 중요한 자료가 여론조사를 통해 정리되었다. 18일 발표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안에 대해서 연임 대통령제를 포함 대통령제가 68.5%로, 이원집정부제 15.2%나 의원내각제 6.9%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심지어 지난해 8월 이후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선호도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국회가 보여준 실망스럽다 못해 분노를 유발케 하는 모습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압도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2018년 3월 18일 정기 여론조사 보고서

이 여론조사는 개헌안의 권력구조와 함께 중요하게 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진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국민 여론의 추이였다. 그나마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나름 다양한 의견으로 나뉘었지만, 국회의원 소환제 다시 말해서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는 방법을 갖는 데는 무려 91.0%의 압도적인 찬성을 보였다.

이것만 봐도 국회와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어떤 존재로 비치는지 모두 설명이 된다. 이 두 가지 여론조사 결과에 한국의 정치 현실이 모두 담겨 있다. 국민은 국회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고, 해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것이다. 얼마나 못했으면, 아니 얼마나 일을 하지 않았으면 뽑아놓고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해고하고 싶겠는가. 여론조사에 담긴 국민의 소리는 준엄하다. 국회는 진정으로 국민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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