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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헌 논의, 한 발 더 나갈 수 있을까개헌-선거제도 일괄타결 가능성… 국민여론 뒷받침 돼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3.19 09:16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발의권 행사가 코앞에 닥치자 정국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여전히 개헌과 호헌의 기본 구도는 유효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다시 힘이 실리면서 모처럼 협상 분위기가 잡히는 분위기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가능한 시한인 26일로 미뤄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애초 청와대가 밝힌 유력 일정은 21일이었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면 여당이 야당들과의 협상을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는 ‘성의 표시’를 한 셈이 된다. 청와대의 반응을 전하는 언론 보도를 보면 수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애초 개헌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 문제에서 형성됐다. 첫째는 일정이다. 6월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를 하자는 안을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그간 한 발짝도 합의에 진전이 없었다. 둘째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헌법자문특위는 ‘4년연임제’를 추진할 것을 시사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같은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 등은 분권형 또는 이원정부제나 내각제에 가까운 안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이외 내용에 대한 이념 논란인데,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중심이 돼 국민헌법자문특위안을 ‘좌편향’으로 몰아붙인 것 등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가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네 번째 쟁점이 추가됐다. 심상정 전 대표는 정치제도 개혁과 개헌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전향적 입장 표명이 있다면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시기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는데 동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또 심상정 전 대표는 여당이 연정으로 국회 다수파를 구성해 국회의원 중 총리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의 국회 총리추천제 도입을 주장했다. 결국 그간 주장의 맥락까지 종합하면 ‘연동형비례대표제-이원정부제-개헌 국민투표 연기’의 일괄타결을 주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1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대표성을 강화하는 입장으로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표시하겠다”고 발언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또 자유한국당은 이날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를 핵심으로 하는 자체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 일정, 권력구조 개편, 이념적 편향성 논란에 선거제도 개혁이 덧붙여진 셈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면 모든 정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져왔으므로 이를 시작으로 해서 개헌까지 이르는 정치협상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조금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발의권 행사 연기를 요구한 것은 이 맥락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의 개헌 발의 시점을 26일로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민주당 개헌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쨌든 국회 협상은 꽉 막혀있는 것보다는 진전이 있는 게 여러모로 좋다. 대통령의 개헌발의권 행사보다는 국회가 합의해 개헌안을 만드는 게 원론적으로 훨씬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확보한 5일 남짓한 시간을 두고 국회의 합의안을 만드는 것에 결론적으로 성공한다면 정치권 모두에게 있어서 윈-윈 게임이 될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합의도 결국 대통령이 개헌발의권 행사 검토를 통해 압박해 거둔 성과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합의안을 만들면 자신이 개헌발의권 행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고, 선거제도 개혁이 전제된다면 분권형이나 내각제 개헌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여야가 합의한 결과 이러한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이 역시 문재인 정권의 성과로 남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일정이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게 된 것은 6월 지방선거의 동시투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국회의 합의에 일정 변경이 포함된다면 이를 받아들일지 따로 논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에 대해선 자유한국당의 구체적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합의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어떤 피해를 감수할 것인지 확인이 되어야 한다. 애초에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가 절실히 요구됐던 것은 대선공약이라는 것과 비용 등 효율성의 문제도 있지만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개헌 논의를 하게 되면 유야무야되는 일이 지금까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이 대선 때는 6월 동시투표를 약속해놓고 선거 이후 올해 내 개헌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으로 후퇴한 후 다시 10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안을 갖고 나온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여야 합의와 발의가 6월까지는 가능하다면서 4월까지는 못한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응에도 이런 면에서 일리가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호사가들은 선거제도 개혁이 실시될 경우의 이해득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큰 거대양당이 겉으로 드러내는 입장과 관계없이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들 말한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현재의 합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선거제도 개혁은 결국 좌초될 가능성이 여전히 큰 게 사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풀리지 않으면 앞서의 개헌 관련 협상도 허무한 결론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정치에서 ‘진정성’이라는 단어만큼 허망한 것이 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기술이란 어떤 정치세력의 ‘진정성’을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는, 그걸 내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과 조건을 만드는 것에 핵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기를 예로 든다면 외통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에 대한 합의가 절실하다면, 또 국민적 여론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 이 ‘외통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의석으로만 따지면 제1당이지만 서울시장 후보도 만들어 내지 못할 만큼 수세에 몰려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을 추진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결국 출마를 고사했다. 홍준표 대표가 영입을 공언한 거의 모든 인물들이 출마를 거부한 것이다.

이렇게 엄중한 여론이 체감 되어야 한다. 상대를 무조건 종북이나 좌파로 몰고 ‘음모’를 말하면서 배후의 의도를 의심하며 내로남불, 이중잣대만 따지고 말하는 지금의 자유한국당식 정치가 더 이상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더 확인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주장하는 개헌의 내용과 선거제도 개혁이 국민적 관심과 지지의 대상이라는 것 역시 분명히 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맞춰지면 자유한국당은 싫어도 개헌에 동참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판을 만드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정권이 ‘정치적 기술’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분명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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