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LG가 승리하며 SK전 10연패, 시즌 8연패의 사슬을 끊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홈런 5개가 말해주듯 화끈한 타격에 힘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박명환과 이상열의 공이 컸습니다.

선발 박명환은 막강 SK 타선을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1회초 이택근의 선제 2점 홈런이 터졌지만, LG 타선은 3회초 1사 2루, 4회초 무사 1루, 5회초 1사 2루의 기회를 잔루 처리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를 되풀이하며 점수 차를 벌리지 못했습니다. 4회말에는 오지환의 실책으로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박명환이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등 SK에 실점하지 않으면서 리드를 지킨 것이 승인입니다. 최근 박명환은 한 경기 건너 징검다리 식으로 호투하는 양상인데, 구속은 과거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구를 위주로 하는 투구 패턴에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6회말 선두 타자 최윤석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후 강판되며 4이닝을 불펜 투수들의 부담으로 남긴 것입니다. 최윤석의 시즌 타율이 채 1할도 안되는 0.061에 불과하며, 데뷔 이후 홈런도 없으니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를 넣더라도 정면 승부를 했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 역투하는 LG박명환 ⓒ연합뉴스
6회말 볼넷 3개로 이루어진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어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이상열이 이호준을 삼진으로, 박정권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1실점으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역전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컸습니다.

경기 중반 이후 고비마다 홈런이 터지며 비교적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타격감이 올라오기 시작한 이택근이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처음으로 멀티 홈런을 기록하는 등 결승 홈런을 터뜨렸고,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20홈런 - 100타점을 노릴 만큼 절호조인 조인성의 만루 홈런은 결정타였습니다. 1회초 커트하다시피 한 이택근의 타구가 폴을 맞으며 홈런이 된 것이나, 5회말 1사 1, 2루에서 대타 윤상균의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 더블 아웃 처리되는 등 간만에 SK전에서 경기 운이 LG에 따라줬습니다.
오늘도 벤치의 투수 교체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3:0으로 앞선 6회말 박명환이 최윤석에게 선두 타자 볼넷을 내주자마자 강판시키고 이동현을 올렸는데, 어제 경기에서 서승화를 길게 끌고 가다 8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진 것이 못내 걸렸던 듯합니다. 그러나 어제 서승화는 한계 투구 수에 접근하고 있었지만, 오늘 박명환의 투구 수는 고작 64개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무사 1루에서 정근우와의 승부 여하에 따라 이동현 대신 이상열을 좌타자 임훈에 맞춰 등판시키는 편이 나았습니다.

하지만 최윤석의 볼넷 이후 마운드에 올린 이동현은 9개의 투구 중 8개를 볼로 기록하며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는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벤치가 잘못한 것입니다. 첫째, 선발 투수를 지나치게 빨리 강판시켰으며, 둘째, 지난 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경기 연투했으며, 어제 경기에도 등판한, 세 차례의 팔꿈치 수술 경력의 이동현을 마구잡이로 투입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LG의 불펜 사정이 어렵지만 과연 이동현이 지난 주 5경기와 어제 경기 모두 과연 등판했어야만 했는지 의문입니다. 불펜 투수를 혹사시키면,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대형의 부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역전 3점 홈런으로 화려하게 조명을 받았지만, 최근 이대형은 한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경기가 거의 없으며, 오늘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습니다. 3할 3푼을 넘겼던 타율은 어느새 3할대 초반까지 내려왔습니다. 1번 타순에 고정적으로 이대형을 배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재고할 시점입니다.
홈런 5방으로 시원하게 승리했지만, 홈런은 의도한다고 쳐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일 SK 선발이 전병두인데, 장타를 의식하며 스윙을 크게 하거나 소위 ‘덤빌’ 경우, 제구가 들쭉날쭉한 전병두를 돕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라이크 존을 좁히고 공을 오래 지켜보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에이스 봉중근의 등판으로 모처럼 SK전 위닝 시리즈를 노려볼 기회가 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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