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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미투 그 후, 피해자의 조력자마저 왕따시키는 조직 문화가 가장 큰 적학교와 경찰 조직마저 피해자와 조력자 공격하는 현실
장영 기자 | 승인 2018.03.14 11:55

미투 운동이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반발 역시 거세지며, 예고된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예견된 일이라는 점에서 크게 당혹스럽지는 않다. 오랜 시간 굳어진 사회적 현상이 하루아침이 천지개벽 하듯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악당이 되어버린 조직 문화;
학교와 경찰 조직마저 피해자와 조력자 공격하는 현실 

작은 조직들이 모여 거대한 조직이 된다. 그렇게 하나의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 모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미투 운동만 봐도 어느 한 분야의 특정한 이가 벌인 범죄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젠더 문제가 아니다. 권력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지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만든 결과는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회사 내 여성 상사에 의한 범죄도 꾸준하게 보고되고 있다.

오랜 시간 구축된 남성중심사회에서 벌어진 추악한 범죄는 하루아침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은 군 문화가 사회에도 깊숙하게 침투되어 있다. 남성은 무조건 나이가 되면 군대를 가야 한다. 그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라는 점에서 피할 수 없다. 물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 '병역의 의무'마저 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MBC 시사프로그램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

군 문화가 지배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직장에서는 이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군 경험을 가진 남성들에게서 군 문화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군 문화를 성범죄의 주범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직된 상하관계가 그대로 적용되며 불합리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 

<PD수첩-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회사, 학교, 예술 단체, 방송사, 경찰 조직까지, 사회적 부조리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방송은 촘촘하게 드러냈다. 

직장 내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는 유리감옥과 같은 공간에 홀로 갇힌 채 조롱거리가 되어야 했다.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를 받은 이는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 동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잔인한 폭력이다. 회

MBC 시사프로그램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 조 모 예술 감독이 벌인 성추행 사건에서도 조직은 동일한 가해자가 되었다. 12명의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고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참담한 현실이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이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생사여탈권까지 쥔 예술 감독의 지독하고 잔인한 성추행. 이를 방관하고 외면하는 동료들로 인해 피해자들은 다시 한 번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휘 감독의 권한이 있는 천안시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방관이 결국 수많은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고통을 주고 있다. 

강민주 전 광주 CBS 피디 사건은 이미 유명했다. 성희롱 발언을 하는 상사에게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사건은 충격이다. CBS 이사까지 가세해 협박을 하고 피해자를 오히려 비난하는 행태는 상징적이다. CBS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MBC 시사프로그램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

가해자는 이번에도 인사 평가 담당자였다. 평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던 그는 광주 CBS에서도 유명했다. 하지만 누구도 용기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강민주 씨는 용기를 냈고, 그 대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앞두고 CBS 본사에서 급하게 복직시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도 한심하게 다가온다.

대학원생이었던 이혜선 씨의 사례는 대학 문화에서 얼마나 성추행이 일상이 되어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지도 교수는 절대적이다. 논문 발표를 하고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 교수는 신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술집으로 불러내 성희롱을 했다. 이를 참아야 할까?

이혜선 씨는 여전히 악랄한 교수와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문제의 술집에 CCTV가 있었지만 복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먼저 안 교수는 무고죄를 비롯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현실이다. 학과장마저 가해자인 교수 걱정만 하는 현실에서 피해자는 영원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MBC 시사프로그램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

김해시 임희경 경위 사연은 더욱 충격적이다. 시보인 여 순경이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힘겹게 상사인 임 경위를 찾았고, 매뉴얼대로 사건을 회부했다. 그렇게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 다른 지역으로 가야 했다. 문제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후부터 시작되었다.

동료 경찰들은 임 경위를 왕따 시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가해자였던 경찰은 오히려 임 경위가 직무유기를 했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추악하고 졸렬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성추문을 수사해야 할 경찰이 가해자가 된 것도 황당하지만, 이를 조직적으로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경악스럽다. 

서장은 평가만 생각하며 피해자를 도운 임 경위를 비난하고, 동료들은 왕따를 시키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임 경위는 어렵게 자신에게 상담을 한 시보 여순경에게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가 한 행동은 현명했다며 오히려 용기를 불어넣는 임 경위는 그렇게 여전히 홀로 투쟁 중이다.

MBC 시사프로그램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편

미투 이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부는 악용하는 사례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를 걸러내는 일도 모든 것이 미투 운동의 과정일 수밖에 없다. 사회는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게 해서도 안 된다. 불편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넘어서야 대한민국 사회가 보다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통은 당연하다. 

부당한 권력에 의한 성범죄는 사라져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런 성범죄를 어떻게 제거해나가야 할 것인지 협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조직 내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와 합의가 없다면, 미투 운동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필요에 따라 처벌도 수반되어야 하지만)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이번 기회에 성숙해질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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