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명해야 하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배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 개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 추정액은 100억이 넘는다. 구체적인 내역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들어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규모를 17억5천만 원 ▲삼성전자가 2007년 11월부터 대통령 재임 중인 2009년 3월까지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 다스의 미국 소송비 60억 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 원) ▲대보그룹(5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ABC상사(2억 원) 등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받지 않았다. MB는 100억 원 대 뇌물 혐의를 부인하냐는 기자의 질문을 무시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한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3일 “정치보복이란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서울시장 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변호인단을 꾸리는 데 매우 큰 돈이 들어가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한동훈 3차장검사와 티타임을 갖고 조사 취지와 방식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이후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10층, 1001호실에서 진행되며 모두 영상 녹화된다. 검찰이 투명한 조사를 위해 제의를 했고 MB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상녹화를 거부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과 대형 법무법인 출신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MB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낸 박명환 변호사(48·32기), 법무법인 바른 출신인 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단을 추가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신문에는 특수2부의 송경호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9기)와 첨단범죄수사1부의 신봉수 부장검사(48·29기)가 투입된다. 송경호 검사는 뇌물 관련 의혹, 신봉수 검사는 다스 관련 의혹을 조사한다. 검찰은 질문지만 120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말한 입장 전문이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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