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제보를 삼성측에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사회부장 시절 일선 기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세월호 사건 관련, 부당한 취재를 지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류 실장이 사회부장이던 당시 사회부 사건팀 막내 기자들인 YTN 15기 기자들은 지난 9일 성명을 내어 "'이건희 성매매 영상' 추문 이전부터 류 실장 밑에서 일하며 크게 좌절하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류 사회부장이 위안부 문제와 세월호 사건에 대해 부당한 취재 압박을 가했다고 제기했다.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파업특보 13호 캡쳐)

성명에 따르면 15기인 임성호 기자는 '이건희 성매매 영상' 토스 의혹이 불거진 시점 두 달 전인 2015년 6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사죄 선행'을 요구했을 당시 리포트 도입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녹취를 넣으려 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할머니들이 나섰고, 임 기자는 박 전 대통령의 녹취를 넣어 박 전 대통령이 말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임 기자의 기사를 본 류 부장이 "기본도 모르는 XX가 이따위로 기사를 써!"라며 나무란 뒤 리포트에서 녹취를 빼라는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5기 기자들은 "당시 취재에 나섰던 임성호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도 박근혜 녹취를 넣은 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 염려했다. 수습 시절 다른 선배가 박근혜 녹취를 넣어 정책 비판 기사를 썼는데 이게 문제가 돼 사회부장이 바뀌었고, 뒤를 이은 사람이 류제웅 부장이었기 때문에 우려는 더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데스킹을 기다리고 있는데 박근혜 녹취를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며 "박근혜 녹취는 삭제됐고, 할머니들의 주장은 늘 하던 얘기를 되풀이하는 맥 빠진 기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15기 기자들은 "시간이 지난 뒤 하나를 더 알게 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류제웅 부장의 아내인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관련 업무를 다루는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이었던 것"이라며 "이후에는 졸속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이사까지 지냈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 시민단체는 김 변호사를 '권력 지향적'인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위로금 10억엔으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정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나눠주는 역할을 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 변호사는 YTN 방송에서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해서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15기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류 부장이 "세월호 유가족들, 보상금 더 뜯어내려고 집회하는 거다"등의 말을 하며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관련 집회 참가자들을 폭도로 몰고, 편항된 보도 지시를 내렸다고 털어놨다.

15기 기자들은 "류 부장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여는 추모집회를 '돈'의 문제로 매도했고, 그들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폭도로 모는 듯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며 "당시 경찰은 위헌 결정이 난 차 벽을 설치해 행진 자체를 막으며 참가자들을 자극하고 캡사이신과 물대포 등으로 강경 진압했지만, 류제웅 부장과 보도국 간부들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로 간주했다. 모 선배는 항의하는 현장 기자에게, ‘윗선에서 경찰 취재를 꼼꼼히 하고 경찰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15기 기자들은 "가장 참담했던 건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5살 권지연 양에 대한 발언이었다"며 "이때 류 부장의 취재 지시는 '권지연 양이 받게 될 보험금 추적 취재를 잘해라'였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권지연 양은 부모와 오빠를 잃었는데 특히 오빠가 권 양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희생된 게 알려져 안타까움이 컸던 상황이었다"며 "(류 부장이)희생자의 아픔보다 '재산 분쟁'이라는 자극적인 요소에 집중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류 부장과 보도국 간부들이 세월호 참사를 '시청률 유지'의 수단으로 여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5기 기자들은 "류 부장은 '빠진 기사 막기, 시청률 유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사건 데스크도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건사고가 빵빵 터지면 회사는 절대 망할 일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보도국 간부들은 외려 신나 있었다"고 증언했다.

15기 기자들은 "지난해 11월 최남수 반대 성명을 올린 이후 지금껏 '너희가 얻을 게 없는 싸움인데 왜 나서냐? 누가 시켜서 그러냐'라는 말을 듣는다"면서 "류제웅 실장이 상징하는 보도 적폐, 이를 두둔하는 부적격 사장 최남수가 바로 우리 15기들의 ‘배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들이 우리를 이 싸움으로 끌어들였다. 흔들림 없이 싸우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YTN기자협회는 '삼성 제보 토스'의혹과 관련해 류제웅 실장에 대한 제명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YTN기자협회는 15일 오후 긴급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류 실장에 대한 제명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YTN 기자협회는 류 실장 제명과 함께 자문을 통해 형사 고발 등의 법적 조치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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