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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들 “미투로 가는 길 열어 달라”[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이주여성들의 “#ME Too” 토론회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8.03.12 07:49

지난해 미국에서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로 촉발된 #ME_Too 캠페인. 피해여성들이 스스로 나서서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뜨겁게 확산되고 있다. 작년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한샘 성폭력 사건들이 이슈가 되어 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리고 올해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사건 폭로를 계기로,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문화예술계, 학계, 정치권 등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여성들의 “#ME Too”]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과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에는 60여명의 이주여성과 이주여성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이주여성들의 피해사례를 드러내고 정부의 대안마련을 촉구하였다. 

캄보디아 공동체의 캇소파니씨가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의 성폭력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활동하면서 만나온 이주여성 상담을 바탕으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이 결국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성폭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는 사업주가 데려가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러한 피해 사실을 어디에 고발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한편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촌언니의 도움으로 쉼터에 입소하여 법률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이주여성노동자 스스로 성폭력피해 사실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한 것으로 미등록체류자로 남을 수 있고, 오히려 가해자인 사업주가 무고죄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례에서는 사업장 기숙사가 성별로 분리되지 않아서 이주여성노동자가 이주남성노동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로 된 임시거주시설에 남녀가 한 공간을 사용하거나 분리하더라도 제대로 된 잠금장치가 없어서 언제든지 사업주나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어 이주여성들은 늘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나감시리 스리준씨는 태국여성들의 마사지업소에서의 경험을 발표하였다. 태국과 한국은 사증면제로 90일간 단기체류가 가능한데, 많은 태국여성들이 한국의 마사지숍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마사지사로 일하게 되면 월 150~200만 원의 수입이 보장된다는 현지에이전시의 말만 듣고 온 태국이주여성노동자들은, 사장과 한국 남성으로부터 강제성매매를 강요받게 된다.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비행기 값과 에이전시 비용을 합쳐 평균  1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이주여성에게 요구한다.

한 여성은 자궁수술을 받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일 성매매를 해야만 했고, 사장이 손님 50명을 채운 이후부터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수십 배의 돈을 번다고 할 때는 성매매란 것을 아는 거지, 그걸 몰랐니?”라며 2차가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주여성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장에서 '미투'(#Me Too)를 외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 통역사 오혜진 씨는 필리핀 여성들의 친족성폭력 사례를 발표하였다. 어느 여성이주노동자의 경우 남편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이나 강제로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또 다른 여성은 자기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남편이 감춰서 집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신원보증이 없으면 체류연장이 어렵고 이혼을 하려고 해도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제대로 증명하기 어려워,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비단 필리핀 이주여성뿐만이 아니라 베트남 이주여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레티마이투 활동가의 말에 의하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친정어머니가 딸의 출산과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뒤, 동생의 요청으로 농사일을 도우러 갔다가 사돈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베트남 현지의 가족들에게 알려져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온 가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었다. 피해 받고 있는 이들은 결혼이주여성만이 아니었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에서 중국 상담을 맡고 있는 동애화씨는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 유학을 온 중국유학생 사례를 발표하였다. 가해자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시켜준다면서 외진 곳으로 유인한 후 술을 강요하고 모텔에서 좀 쉬었다 가자며 폭행과 협박을 동반한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심리정서적 불안으로 계속 약을 복용하고 심리 상담을 받으며 경찰조사를 받아야했고, 가해자는 피해자와 연인 사이라며 억지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 밖에도 작년 한 태국 여성이 같은 사업장의 한국인 동료 성폭력에 저항하다 살해된 사건, 한국인 형부가 필리핀 처제를 성폭행했는데 적극적으로 저항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무죄판결이 나오는 등 이주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해자가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주여성들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국정부에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발표하였다. 
 
1. 체류지위와 관계없이 국내 체류 모든 이주여성의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 종합적인 대책과 창구마련을 요구합니다.
 2. 체류 불안 없이 폭력피해를 호소하고 폭력 피해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합니다.
 3.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보호와 성폭력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4. 선주민에 대한 다문화감수성에 기초한 폭력예방 교육과 인권교육을 요구합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지의사를 밝혔다. 피해를 입어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어려운 이주여성들 역시 미투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주여성들의 미투 토론회 자료집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페이지 링크를 통해 공개되어 있으니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 이주여성들의 #Me Too 발표자료집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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