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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김기덕-조재현, 뻔뻔한 그들의 가면을 벗기다[이주의 BEST&WORST] MBC 'PD수첩', tvN '인생술집'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3.10 11:28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PD수첩>, 뻔뻔한 그들의 가면을 벗기다 (3월 6일 방송)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

몇 번을 돌려봐도 믿기지 않는 증언들의 연속이었다.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이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들의 폭언과 태도는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여배우를 놓고 마치 게임을 하듯 성폭행 여부를 공유하고, 피해자에게 다른 피해자들과의 성관계를 자랑처럼 얘기했을 뿐 아니라 많은 스태프들이 듣는 가운데 “너무 여자를 굶어서 오늘은 촬영이 힘드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에게 보낸 해명의 문자. “키스는 했지만 그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PD수첩-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은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행에 대해 폭로했다. 제작진은 최대한 피해자 여배우들의 ‘워딩’을 담아내려 애썼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방송에서 ‘일시 정지’를 몇 번이나 눌러야 할 만큼 충격적인 표현들이 많았고, ‘이 정도 표현은 좀 편집해도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나라했다. 그럼에도 <PD수첩>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

총 세 명의 여배우가 인터뷰에 응했다. 그들은 모자이크를 하고 음성변조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역배우를 쓰면서까지 조심스럽게 증언을 했다. 그들은 현직 배우가 아니라 이미 그 사건으로 상처를 받고 영화계를 떠난 인물들이었다. 영화계를 떠나고도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아예 다른 사람을 내세워야 비로소 고발할 수 있는 현실, “지금 현직 종사자들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고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익명의 영화 관계자의 말. 그것은 곧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권력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단순히 피해자-가해자 구도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지 않았다. 권력을 매개로 한 성폭행이라는 점,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뿐 아니라 방관자들도 일종의 가해자라는 점을 시사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은 사건을 해결하는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할 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PD수첩>은 보여줬다. 가해자, 방관자 그리고 “실제로 (성폭행을)당하고 증거를 가져와야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도움 요청을 거부한 여성 단체까지, 우리 모두가 죄인이었다는 점을 역설했다.

MBC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

<PD수첩>은 방송 말미에 다음 주 예고를 내보냈다. 역시나 미투 운동 아이템이었다. 피해자들의 증언만 내보냈다면, 어쩌면 자극적인 보도라는 아쉬운 평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때, <PD수첩>은 2주에 걸쳐 하나의 아이템을 심층 취재 보도한다. 

이 주의 Worst: 너무 안일한 정치인 게스트 활용! <인생술집> (3월 8일 방송)

오프닝에서 나경원 의원을 소개할 때 ‘얼굴만 이쁜 국회의원? NO’라는 자막을 쓰면서 굳이 외모를 강조할 때부터 예상했어야 했다. ‘최초의 정치인 게스트’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얼마나 게스트 활용을 못하는지 말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지난 8일 방송된 tvN <인생술집>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출연했다. 여성 국회의원 중 가장 인지도 높은 정치인이라는 점이 섭외의 가장 큰 이유였을 터. <인생술집>은 두 의원의 인지도에 의지했고, 두 의원은 <인생술집>을 발판삼아 이미지 쇄신을 하고자 했다. ‘한바탕 웃기기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중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 코너에서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유치한 질문을 선정할 수가 없다. 김희철은 대중을 대신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투표할 때 본인을 찍느냐, 왜 선거철에 시장 말고 백화점은 안 가느냐. 제작진은 두 질문이 나름 신선하고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깊은 속내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질문이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만약 두 게스트의 대답이라도 제대로 경청했다면, 우문현답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들끼리 농담을 하고자 던진 화두에 불과했다. 박영선 의원이 “시장은 여유가 있어서 국민들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운을 뗐지만, MC들은 그것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거나 더 깊은 얘기를 끌어내지 않았다. 자신들이 길거리에서 만난 팬 이야기를 하면서 박 의원의 답변을 증발시켰다. ‘대중’ 혹은 ‘국민’을 앞세운 질문이었지만,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은 전혀 없고 가십성 농담만 남았다.

어쩌다 게스트가 진지한 발언을 하려 하면, MC들은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농담으로 그들의 답변을 막았다. 4선 당선의 노하우에 대해 나경원 의원이 “명분 있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너무 무겁게 말씀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동엽은 “최대한 가볍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또한 박영선 의원이 노후된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는 얘기를 하자, 나경원 의원이 자기도 지역구에서 한 일을 말하겠다고 나섰다. 그때 김희철이 “한 가정 당 벤츠 한 대씩 뽑아드렸다는 얘기 나와야죠”라고 경쟁을 부추겼다.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에 대해 얘기하는데,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 아무리 예능에서 정치를 재밌게 소비한다고 해도 이건 정치를 우습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방송 엔딩은 두 정치인의 러브샷이었다. 모두가 ‘화합 정치’를 외치고 손을 엇갈려 잡으며 방송이 마무리됐다. 카메라 앞에서만 대화합한 척 하는 국회를, 예능에서도 또 보게 될 줄이야.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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