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북한 대표팀, 어제 경기는 정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경기가 됐습니다.
1966년 포르투갈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각오는 오히려 더한 아픔으로 남겨졌고, 결국 0대 7이라는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새로운 상처만 남았습니다.

은근하게 북한을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안겼던 어제 경기.
단순한 점수차의 문제를 넘어,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아쉬움, 또 표현하기 힘든 복잡함을 안겨줬던 경기였던 거 같습니다.
-실재로 은근하게 북한의 승리를 기대도 해봤단 말입니다.-

결과는 이미 나와버린 가운데 아마 이번 월드컵 최다골이자, 최다 득점 차이 기록으로 남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본 언론들은 역대 참패 기록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며 북한과 함께 우리 한국대표팀도 그런 수치의 역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답니다.
고작해야 이제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승리를 거둔 그들의 비아냥이니 애써 무시하며, 여태껏 월드컵에서 나온 7골차 이상의 경기들을 한번 쭉 찾아봤습니다.

처음 7골이 터진 월드컵은 1934년 이탈리아,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기가 7대 1. 하지만, 여섯골 차이니 이건 패스.

7골차 이상의 경기는 1938년 프랑스 월드컵이 처음입니다.
그것도 8강전, 스웨덴과 쿠바의 경기에서 나온 8대 0, 스웨덴이 기록한 8골이 초창기 월드컵의 참사로 기록돼 있습니다.
-다음 월드컵인 1950년 월드컵에서 스웨덴은 홈팀 브라질에게 7골이나 허용, 1대7로 참혹하게 패배한 기록도 있는 걸 보면, 역사는 돌고 도나 봅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의 기록이기도 한, 9골차를 기록한 경기가 있었다는 거.
거기에 우리 대한민국이 아쉬운 패배 기록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더욱 공교롭습니다. 거기에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7골차 이상 경기도 참 많았죠.
헝가리에게 0대 9로 진 대한민국, 이어 터키에게도 0대 7로 패합니다.
다른 조에서는 스코틀랜드가 우루과이에게 역시나 0대 7로 지며, 7골차 이상 경기가 3개나 나온 월드컵이었다는 거.

1958년 스웨덴 월드컵, 7골차의 경기가 없었지만, 프랑스와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나온 7대 3, 프랑스가 이긴 경기에선 양팀 합계 10골을 기록하기도 했죠.
한동안 대량 득점이 없던 월드컵,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 다시 7골차 이상의 골폭풍 경기가 2경기나 발생했죠.
유고슬라비아와 아프리카의 자이르의 경기에서 나온 9대 0, 자이르는 이 경기로 월드컵 역사에 그 이름을 올렸다는 거.
역시나 월드컵에 정말 이름을 보기 힘든 나라인 아이티 역시 폴란드를 상대로 이 대회에서 0대 7로 대패하는 역사를 썼습니다.

이어진 역사의 순간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역대 월드컵 최다 실점의 주인공인 엘살바도르는 이 대회에서 헝가리에게 무려 10점을 실점했죠. 다행히 한골을 넣어, 최다 점수차는 타이를 기록했습니다.

이후로 한동안은 5~6골차가 최대인 월드컵들이 이어졌습니다만..
2002년 한일월드컵, 최근 월드컵에선 최다 골차의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바로 예선 독일과 사우디의 경기였는데요.
이때 점수차는 8골, 0대 8로 대패한 사우디는 2000년대 최다 골 차이의 패배를 기록한 팀으로 남겨졌고, 북한의 어제 경기도 이 기록을 넘진 못했다는 거.

사실, 축구에서 많은 골차이의 패배란 가슴이 저리고, 힘든 일입니다만...
그 순간들조차 지나가면 그저 추억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니깐 말이죠.

북한팀, 마지막까지 잘 싸워주길 응원해 보렵니다. 그리고, 많은 골이 터지면 좋지만.. 이런 많은 골은 좀 다른 경기에서도 보지 않길 바랍니다. 허허.
-찾아보니, 의외로 많은 골 차이의 경기가 많다는 생각, 했는데...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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