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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여왕 시즌2’- 일관성과 변주란 이중포석, 아직은 모호한 '동네 추리 어드벤처'[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3.09 13:04

드라마 계에서 '시즌제'는 참 희박한 아이템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나 <하이킥> 시리즈와 같은 시트콤의 요소가 많은 작품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시즌제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드물다. OCN의 장르물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신의 퀴즈>나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등의 시즌제 드라마가 있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종영한 <나쁜 녀석들>의 경우 말이 시즌제지, 제목만 같았을 뿐 출연진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나쁜 녀석들> 시즌 1에 출연했던 박해진, 마동석 등의 존재감이 달라지면서 이후 마동석이 단독 주연이다시피 한 <38사기동대>로 돌아왔듯, 무엇보다 시즌제에서는 출연 배우들의 연속성 여부가 관건이다. 

<추리의 여왕>은 권상우, 최강희 두 주연 배우가 시즌제에 적극 호응하며 순조롭게 시즌 2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른바 '미드', 미국 드라마들이 몇 십 시즌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출연 배우들의 협조 때문만이 아니다. 시즌을 이어갈 수 있는 양질의 내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내적 충실성이 또한 시즌제 드라마의 중대한 관건이 된다. 시즌제가 된다 하더라도 전작에 대한 호응을 이어갈만한 작품의 질적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가가 결국 시즌제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OCN의 장르물들이 몇 시즌을 넘기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러한 '내용성의 고갈'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제 4회를 넘긴 <추리의 여왕 시즌2>의 걸음은 그다지 산뜻하지만은 않다. 

시즌 1의 일관성과 변주, 두 마리 토끼 시즌2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시즌 1.2 포스터

2017년 4월부터 방영된 <추리의 여왕> 시즌1은 검사인 남편의 아내로, 시집살이를 하며 숨길 수 없는 '추리력'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 채, 그리고 자살로 처리된 부모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집요한 의지를 펴보였던 주부 유설옥(최강희 분)은 이야기가 기본줄기였다. 그런 그녀가 범죄 현장에서 조우하게 된 역시나 개인적인 사연을 가진 하완승(권상우 분) 형사와 엮이게 되면서 두뇌 플레이의 주부 탐정과 저돌적인 형사라는 걸출한 콤비가 탄생하게 되었다. 유설옥의 친구 김경미(김현숙 분)의 반찬 가게에 배방동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그곳이 관할인 서동서를 거점으로 '추리'와 '추격'의 두 마리 토끼를 깔끔하게 잡아냈다. 

평균 시청률 9.8%. 객관적으로 그다지 높다할 수 없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추리의 여왕>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를 살린 연출과 거기에 어우러진 '동네 추리 어드벤처'라는 독특한 설정은 열혈 시청자 층을 형성하며 순조롭게 시즌 2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두 주연 배우의 흔쾌한 결정으로 불과 1년 여 만에 시즌2로 돌아오게 된다.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지난 2월 28일부터 시작된 <추리의 여왕2>는 ‘일관성’을 지켜내며 '변주'를 해내는 이중포석의 측면에서 시즌제의 고민을 살려가고자 고심한다. 우선 시즌제의 일관성을 위해 두 주인공이 건재하게 시즌2로 돌아온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변화한다. 시즌 1에서 이혼의 아픔을 겪은 유설옥은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하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갖은 핑계를 대고 뛰쳐나오던 주부의 굴레를 벗어던진, 자유로운 '돌싱'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시즌 1에서 파트너가 되어 동지애를 나누었던 하완승 형사와 이제 대놓고 '썸'을 타는 사이로 발전한다. 

여전히 '아줌마'와 '형사님'이지만 두 사람은 반지를 놓고 아웅다웅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의 건재와 달리 주변 인물들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이혼을 했기 때문에 시즌1에서 주요한 갈등 관계였던 시댁 식구들이 사라진다. 또한 서동서를 거점으로 유설옥이 살던 배방동 주변의 이야기를 '동네 추리극'으로 펼쳐갔던 이야기는, 시즌2에 오며 그 거점을 중진서로 옮겨간다. 또한 시즌2에서 해결되지 않은 하완승 형사의 '구원', 서현수는 이제 하완승을 중진서로 이끄는 매개로 등장하며 시즌1과 시즌2의 여전한 기본 갈등 구조를 이끌어간다. 배방 파출소의 홍준오(이원근 분) 소장을 비롯한 배광태 팀장(안길강 분) 등이 함께 뭉쳤던, 유설옥이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 경미의 반찬 가게는 유설옥 대신 경찰 시험에 합격한 경미마저 자리를 비운 채 아직은 두 주인공만의 고즈넉한 '아지트'로 남겨진 상태다. 

이게 시즌2? 익숙한 듯 낯선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주부 유설옥이 장바구니를 들고 익숙하게 휘젓고 다니던 배방 시장 등을 배경으로 했던 시즌 1. 그런데 시즌 2에 들어서며 여전히 중진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부라는 생활 밀착형의 친근함은 훨씬 덜어졌다. 아마도 '이게 시즌2야?'라며 의아해 하는 시청자들 대부분은 배방 시장을 배경으로 추격전을 벌이고, 마트 앞에서 작전을 짜던 '배방동 시절의 삶이 묻어나는 '추리의 여왕'이 그리운 것일 게다. 뿐만 아니라 유설옥, 하완승과 함께 배방동을 누볐던 동지들의 부재, 때론 견원지간이며 심지어 유설옥과의 사이에서 미묘한 경쟁구도였던 우성하(박병은 분)의 모호하면서도 미미한 존재 역시 시즌2를 낯설게 하는 한 요소이다. 

그 그리움을 대신하는 건 새로운 갈등 구조이다. 명예경찰이 된 유설옥과 중진서로 발령이 난 하완승을 중심으로, 중진서에서 만난 하완승의 동기이자 경쟁자였던 계성우 팀장(오민석 분)과 조인호 과장(김원해 분), 신장구 서장(김종수 분)등 누구하나 하완승 형사의 '편'이라고는 없는 중진서의 식구들이다. 이 낯선, 하지만 말썽 많은 형사를 왕따시키는 경찰서 내 서열구조라는 익숙한 수사물의 구도는 <추리의 여왕 시즌2>를 낯설고 진부하게 만든다. 

그렇게 아직은 낯설고 그러면서도 진부해진 <추리의 여왕 시즌2> 4회에 이르러, 새로이 시즌2의 흥미를 유발하는 존재로 정희연(이다희 분)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케이크 전문점을 네 개나 차린 미적 감각이 뛰어난 여성. 하지만 어느 틈에 완승과 설옥이 벌이는 추리 수사에 끼어들어 피해자, 목격자, 심지어 회유까지 다양한 역할을 변주하며, 이젠 설옥과 '사랑의 경쟁'이라는 야심조차 숨기지 않는 정희연. 그녀의 '미묘한 캐릭터'가 뻔한 수사물이 될 뻔한 시즌 2에 활력을 불어 넣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하완승의 형으로 등장한 하지승은 그 역을 맡은 김태우란 배우의 존재감만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KBS 2TV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이렇게 익숙함과 낯섦, 그리고 진부함이 공존하는 <추리의 여왕 시즌2>에서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려가 되는 건 4회까지의 '사건'들이다. 첫 회 프롤로그처럼 등장한 결혼 사기단 사건,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중진동 방화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나 방식이 '추리 어드벤처'로서 <추리의 여왕 시즌 2>에 맞게 세팅되었는가에 대한 우려를 남긴다. 여전히 시즌1의 고질적 병폐였던 사건 진행의 헐거움 혹은 늘어짐이 시즌 2에 와서도 불식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유설옥의 추리는 기대되고 하완승의 넉살과 저돌성은 여전한 듯하지만, 시즌 1이 보여준 배방동 어드벤처의 묘미를 아직 시즌2가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심지어 4회,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을 그대로 옮긴 듯한 어린이 방화 사건의 마무리는 '온정적 미담'으로 종료되면서, 외려 사건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결론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사건이 그 캐릭터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시즌 2는 <추리의 여왕>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다. 부디, 시즌 1이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잘 간파하여, 다시 한번 중진서를 배경으로 한 '동네 추리 활극'을 재연해내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5회, 고시원으로 간 유설옥의 생활밀착형 추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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