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중으로 만나자"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후부터 천명했던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대론'이 먹혀들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혈맹 미국과 망나니 북한을 어설프게 중매 서겠다고 나서다 술 석 잔은커녕 뺨만 석 대 맞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던 자유한국당은 머쓱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지난 대북특사단 방북결과를 전달했다.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와 북미대화 등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다.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월까지 김 위원장과 비핵화를 위한 면담을 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면담 후 정의용 실장은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한마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자제 약속과 북미대화 추진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대론'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이 미국, 일본 등 우방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해왔다. 실제 이번 정의용 실장의 방북, 방미를 통해 북미대화를 이끌어낸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김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방미 결과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면서 "이로써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의 길이 열렸다"고 환영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번 방미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여망과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이 문재인 정부를 믿고 그동안 지지해주신 '국민의 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실타래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고 책임 있게 역할을 다한 이번 결과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이 할 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시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보다 통이 크고, 트럼프는 역시 세일즈던트 트럼프"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어제는 무역 전쟁, 관세 폭탄에 서명하고, 오늘은 우리 정의용, 서훈 특사 면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전한 정상회담을 수락, 햄버거 정상회담을 5월까지 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제재 및 압박도 병행하겠다고 한다"면서 "제가 말한 사업가 대통령 세일즈던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고 봤다.

박지원 의원은 "그동안 비핵화 없는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북한의 시간벌기라고 딴지만 걸었던 한국당과 바미당(바른미래당)도 이제는 남북, 북미 간 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협조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늘 함께 하는 것이 우리 보수 아니었느냐. 더 이상 딴지를 걸면 지구상에 유일하게 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실제로 그간의 비난이 머쓱해진 자유한국당은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대북특사단이 방북할 당시 '위장평화쇼', '북한 개발 축하 사절단'이라고 비난했고, 특사단 방북 성과에 대해서는 8일 논평을 통해 "핵동결은 사기"라면서 "문재인 정권이 핵동결과 탄도미사일 개발중지 합의 만으로 북핵문제를 타결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을 핵노예로 만드는 핵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히자, 자유한국당은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9일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는 "북미 양측이 서로 만나기로 한 점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한다"면서 "한국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까지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입장과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실험·발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모두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폐기를 통해 한반도가 세계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전향적인 입장을 모두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하지만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얘기했지 핵 폐기를 얘기한 것이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만남이 성사되고 협상이 시작된 것은 전적으로 환영하지만, 이제부터는 협상 테이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들이 제시될 것인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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