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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간의 판타지와 카운슬링으로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는 응원[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3.08 20:04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에겐 마치 우리나라 작가처럼 익숙하다. 그의 새 작품이 출간되면 바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뿐만 아니라, 이전에 출간한 작품들도 언제나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하곤 한다. 

왜 히가시노 게이고 일까? 우선은 1885년 <방과 후> 이후 2018년 <연애의 행방>까지 ‘밥 먹고 글만 쓰지 않았을까’란 의문이 들 정도의, 데뷔 후 20년 동안 35편의 작품을 쏟아낸 작가의 성실한 작품 활동에 기인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백야행>이나 <용의자 X의 헌신>과도 같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범죄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다. 또한 2018년 작 <연애의 행방>처럼 '설산' 시리즈로 대변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그대 눈동자에 건배> 등의 단편 작품집에서 보여지는 SF, 블랙 코미디, 심리 서스펜스 등 '만물상'처럼 다양한 장르로 독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작가이다. 

사회비판적인 진지한 주제의식을 견지하는 본격 사회파 소설부터 팝콘 무비와도 같은 소소한 흥미 위주의 작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종횡무진'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기억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범죄 스릴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를 이젠 다르게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 등장했으니, 바로 다수의 독자들이 '인생 책'이라 평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도 '범죄'가 등장한다. 한밤중 어느 집에서 가방을 훔쳐 나온 듯한 세 소년. 추적을 피해 차를 타고 도망치려던 소년들은 낡은 차의 고장으로 우선은 몸을 피할 곳을 찾다 이제는 주인도 없이 폐점한 '나미야 잡화점'으로 피신한다. 이렇게 '범죄 스릴러'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 이야기에 바통을 이어 받는 건 '판타지'이다.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잡화점, 그곳에서 소년들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전 주인의 낡은 물건들을 뒤적거리다 이곳이 손님들에게 무료 상담을 했었다는 기사를 접하는데, 그때 낡은 상점의 문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연 한 장이 도착한다. 

나미야 잡화점에서 만난 과거와 미래의 청춘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 이미지

세 소년이 살던 2012년과 나미야 씨가 상담 편지를 써주던 1980년(소설 속에서는 1979년)은 이렇게 만난다. 그리고 그 열려진 시간의 행간 속에서 1980년의 청춘들과 2012년의 청춘들이 만난다. 또 늙수그레한 잡화점 아저씨였던 나미야 씨와 아키코 아가씨의 청춘이 엇물린다. 

원작에서 아키코 아가씨네 공장 기계공이었던 나미야 씨, 소설 속 아키코 씨네 일꾼으로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의 도피는 실패로 끝난다. 또한 미래에서 온 세 청년에게 편지를 보낸 생선가게 뮤지션, 그는 대학마저 포기하고 음악의 길을 걸으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음악의 길은 쉬이 열리지 않고 생선가게를 홀로 짊어진 아버지의 건강마저 위태롭다. 그린 리버의 사정도 막막하다. 아이를 가졌지만 홀로 어렵게 아이를 낳아서 키워나갈 자신이 없다. 또 다른 여성 길 잃은 강아지 하루미는 자신을 키워준 은인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낮엔 직장에 나가고 밤엔 술집 여급으로 일하지만, 더 많은 돈을 위해 현실과의 타협을 고민한다. 그리고 마루코헨의 세 청년들은 '부모가 없어서, 혹은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현실에 대한 좌절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 이미지

이렇게 젊은 나미야 씨를 비롯하여 1980년의 청춘과 2012년의 청춘들은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조우하게 한다. 그리고 이는 이제 좌절한 청춘의 시대를 사는 현재 일본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청춘 비망록'이기도 하다. 저성장 시대를 통과하며 가장 큰 희생을 겪은 일본의 청춘들은 자신의 꿈을 접은 채 '프리터족'과 '니트족'으로 살아가며 사회적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런데 작품은 역설적으로 그 꿈을 잃은 오늘의 젊은이를 위무하기 위해 언제나 어느 시대에나 자기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했던 청춘들을 불러온다.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이란 판타지적 공간, 그 공간에서 벌어진 시공을 건넨 '상담'을 통해 청춘들의 절망을 다독인다. 사랑을 위해 함께 떠나려 했던 나미야 씨와 아키코 아가씨, 그들의 '야반도주'는 실패한다. 하지만 그 청춘의 실패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흔한 자기계발서의 '꿈을 가져라‘가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독임에는 과정상의 좌절과 실패라는 통과의례가 역설적으로 작용한다. 

삶과 죽음을 건너 뛴, 인연을 통한 청춘의 위로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 이미지

사랑을 잃었던 두 사람 나미야 씨와 아키코 씨. 죽음을 앞둔 나미야 씨는 그의 앞에 나타난 아키코 씨에게 잡화점을 운영하며 상담을 하고 유명세까지 겪었던 그의 인생이 '보람'되었다고 말한다. 아키코 씨 역시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그 좌절을 '마루코헨'을 통해 극복한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삶은 그의 생애로만 보면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생선 가게를 돕지도 못했고, 뮤지션으로 그의 생애 내에서 성공하지도 못했다. 초라한 음악가로 '마루코헨'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청된 이름 없는 가수로서 뜻밖의 사건으로 마무리된 그의 삶은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안타까운 죽음은 그의 음악의 발자국으로 승화된다. 

나미야 잡화점이란 판타지적 공간을 통한 현재와 과거의 조우는, 바로 그런 청춘의 승화로 귀결된다. 생선 가게 뮤지션의 생애는 비극이지만, 그 존재의 비극은 그의 죽음 뒤에 남겨진 음악으로 길이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한 사람의 짧은 생애로 다할 수 없는 '인생의 비밀'처럼, 영화는, 그리고 소설은 청춘을 고무시킨다. 불교의 '인연설'에 의거한 듯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만난 과거와 현재의 청춘들은 그렇게 삶의 한정적 시간을 넘어 그 존재를 확장시킨다.

아키코씨는 마루코헨을 열었고 그 마루코헨은 현재의 청년들에게 도움을 얻어 사업가로 자신을 세운, 길 잃은 강아지 하루미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하루미에게 도움을 준 청년들은 '마루코헨'에 자신들을 의탁하고. 청년들에게 상담을 했던 생선가게 뮤지션은 세상을 떠나지만 그의 음악은 그가 구한 아이의 누나를 통해 오래도록 남겨진다. 자신의 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떠난 그린 리버 엄마처럼. 어쩌면 한 사람의 생애는 보잘 것 없거나 때론 좌절과 실패로 점철될지 몰라도,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삶은 세상 속에 '빛'이 될 것이라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강변한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스틸 이미지

환광원이란 뜻의 마루코헨처럼, 이십여 년 일본이란 사회를 배경으로 글을 써온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청춘에게 보내는 위로이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폐점된 잡화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판타지적 장치, 거기에 상담이라는 절묘한 '카운셀링'의 장치를 통해 오늘의 청춘을 설득한다. 그저 ‘꿈을 가져라, 포기하지 말아라’가 아니라, 어쩌면 일본의 현대사일 수도 있는 지나간 역사의 여정을 통해, 당신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발자국은 어디선가 빛을 낼 것이라 작가는 강변하고 있다. 영화는 거기에 더해, 마루코헨의 말썽꾸러기들이었던 세 청년이 이 판타지의 경험을 통해 '개과천선'하고 각자 삶의 행로를 제대로 찾아가는 꽉 닫힌 결말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멘토링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붐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답게 꽉 찼던 영화관. 판타지적 설정이나 극적인 장치에 취약한 일본 영화답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소설만큼의 짜릿한 절정을 선사하진 못했다. 하지만 소설 속 생선가게 뮤지션의 음악이 스크린에 현현되는 그 '실사'의 장면만으로 소설을 봤던 독자들에겐 소설의 여운을 재연할 수 있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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