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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에 다시 보는 '올란도', 남자 여자가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서기[블로그와]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8.03.08 14:00

세계적인 명배우 틸다 스윈튼의 출세작으로 알려진 <올란도, Orlando>(1993)는 페미니즘 영화의 교본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던 1600년, 16세 귀족 신분인 올란도(틸다 스윈틴 분)는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소년이다. 올란도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한 엘리자베스 1세는 올란도를 곁에 두며, 영원히 늙지 말고 죽지도 말라는 계시를 내린다. 하지만 이 말이 화근이 될 줄이야. 엘리자베스 1세의 바람대로 올란도는 400년 넘게 장수하는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영화 <올란도(1993)> 스틸이미지

여왕이 죽은 뒤 열린 사교 파티에서 올란도는 러시아 대사의 딸 사샤에게 한 눈에 반한다. 올란도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지만, 그는 이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올란도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길 관객들에게 올란도는 말한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야 해.” 

이렇게 약혼녀를 버리고 사샤를 선택했지만, 그녀에게 버림받은 올란도는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시의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귀족들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인의 독설을 이기지 못한 올란도는 시를 포기하고, 1700년 오스만 제국(현 터키) 대사를 자원 하며 정치에 입문한다. 대사로 활동하며 양국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위해 많은 애를 썼던 올란도가 그 공로로 영국왕이 내리는 작위를 받던 찰나에 전쟁이 터지고, 전쟁의 공포를 이기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든 올란도는 여자의 몸으로 바뀌게 된다.

여자가 되어 영국으로 돌아온 올란도는 자신이 남자의 몸으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남성 우월주의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남성으로 살던 시절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야 한다.”면서 수많은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올란도는, 이제 여성인 자신을 농락하는 남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설상가상 여자는 재산을 소유할 수 없는 당시 법 때문에, 올란도는 자신의 집과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놓인다. 

영화 <올란도(1993)> 스틸이미지

남자 귀족으로 살았을 때 온갖 권위와 혜택을 누리며 살아온 올란도는 여성의 몸으로 바뀌는 순간, 남자와 달리 여자에게 가해지는 온갖 사회적 차별과 한계를 체험하게 된다. 이제 남자가 아닌 여자가 되었기에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놓인 올란도에게 그녀의 몸을 호시탐탐 노리는 남자들은 자신들과 결혼하여 평생 남편에게 복종하는 삶을 살 것을 종용한다. 그럼에도 올란도는 결혼 대신 자유를 택했고, 세월이 흘러 여성도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시대를 맞게 됨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되찾을 수 있었다. 

400년 만에 자신이 원래 살았던 저택을 찾아간 올란도는 1800년 자유주의자인 쉘머딘 사이에서 낳은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를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완전한 인간이 되었음을 선언한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올란도>는 남녀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갖는 페미니즘을 지향한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의 의의를 되새길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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