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문화예술, 교육, 종교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되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인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성폭행의 근본원인이 성차별적 구조에 있고, 거기에 지위에 따른 권력 차이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가해자들이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한국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민문정 대표는 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와의 전화통화에서 성폭행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성차별적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근본 문제가 성차별적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 성차별 현실은 성격차지수, 임금격차 등 이미 알려진 지표나 통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여기다가 지위나 신분에 의한 압도적인 권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라며 "권력의 차이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대응할 수 없게 되고, 가해자들은 거리낌없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비판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사진=연합뉴스)

김 대표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성폭행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의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 철폐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김 대표는 "현장에 있으면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 여성가족부 장관을 단장으로 해 8개 부처가 대표단으로 파견됐다"면서 "그런데 여성가족부를 제외하고는 대표단이 대체로 사무관급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들은 준비한 답변을 앵무새처럼 읽기만 했다. 심지어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며 "(유엔)위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한국 정부가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 해결의지가 없구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각 주무부처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한국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큰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 국제사회가 굉장히 주목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분명한 정책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대표는 "사실을 말해도 한국의 사법체계는 처벌을 하고 있다"며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엄격하고, 명예훼손 입증은 너무 쉬워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더욱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8일에는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정부 5개 부처 장관이 협의한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이 발표된다. 김 대표는 이번 대책에 피해자 보호대책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강간 기준을 변화시키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피해자 보호방안을 분명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피해를 말한 후 일터에서 밀려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은 공익제보의 성격을 갖기에 보호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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