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에서 KT이사회가 담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노동자, 소비자 대표 등이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개선안이 제기됐다. 또한 KT를 재공공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추혜선 의원은 "최근 KT 황창규 회장의 행보를 다들 아시겠지만, 정권 친화적인 사외이사를 일방적으로 선임하고, 얼마 전에는 지배구조 개편안까지 일방적으로 내놨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지배구조 개선안을 보면 담합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외견상으로 이사회 권한을 확대해서 CEO 권한을 축소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가장 핵심은 낙하산으로 내려온 CEO가 이사회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KT는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외 회장후보자군을 조사해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정하고,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방안 ▲회장이 사내이사 중 1인을 추천해 추가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복수대표이사제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을 23일 주주총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박창기 (주)거번테크 대표, 이해관 KT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 김성희 고려대 산업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 한현배 전국통신소비자조합 이사, 정연용 KT 노동조합 본사지방본부 위원장. ⓒ미디어스

이해관 "황창규, 정치권·권력 줄 대기 중독"

발제자로 나선 이해관 KT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KT를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4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위원장이 제시한 키워드는 ▲황창규 회장 ▲이사회 개혁 ▲KT의 지배구조 개선 ▲국민연금공단의 권한 행사다.

이해관 위원장은 "(황창규 회장은) 단적으로 정치권 줄 대기, 권력 줄 대기 중독에 걸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아시다시피 최순실이 만든 재단에 이사회 규정을 어겨가면서 18억 원을 출연해, 최순실 줄서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동수라는 사람을 아무런 근거 없이 데려와 광고담당 전무로 특채해, 차은택 소유, 실질적으로 최순실 소유 광고회사에 68억 원을 몰아줬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이 문제되고 황 회장 증인채택 논의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55명 국회의원에게 회사 공금으로 마련된 돈을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해 후원했다"고 말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줄 대기 하다가 발생한 위기를 또 다시 줄 대기로 극복하려는 행태"라면서 "정권이 교체되자 참여정부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뽑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즉 연이어 정치적 줄 대기로 또 정치적 줄타기를 하겠다는 거다. 이건 정말 중독"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이사회의 폐쇄적 담합행태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사학재단도 개방형 이사가 있는데, KT는 사외이사를 셀프추천하고 있다"면서 "2014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번 이사회에서 152건의 안건을 다뤘는데,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KT이사회에서는) 어떤 견제도 일어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사외이사는 병풍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관 위원장은 "언젠간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할 인공위성 불법매각 당시, 무궁화 3호 위성을 5억3000만 원에 팔았다"면서 "무궁화 3호를 쏘아 올리는 데 3019억 원이 들어갔고, 그 위성을 사간 홍콩 회사는 영국 펀드에 무궁화 위성을 2780억 원에 팔았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전략물자를 법적 승인도 받지 않고 팔았다"면서 "이 때 법무부장관을 했던 분이 이사였는데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저한 담합이 KT이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관 위원장은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자, 소비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KT가) 3월 2일에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며 내놓은 개선안의 핵심이 외풍 방지"라면서 "마치 지금의 사태를 외풍사태인 것처럼 말하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외풍 방지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처럼 하는데 이는 경영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해관 위원장은 "KT에서 벌어진 문제는 이사회 의결이 담합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걸러지는 방식이 내부고발의 형태"라면서 "주체가 된 것이 노동조합과 새노조"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견제가 가능한 이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KT지배구조의 핵심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다양한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관 위원장은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공단이 11% 최대주주인데, 지금까지 아무 의결권도 행사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런 조건에서 담합된 이사회로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공단이 나서야 그것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KT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중지가 모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안진걸, "KT 새 출발 첫걸음은 황창규 퇴진"

토론자로 나선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KT가 '국민기업'이라고 포장하면서도, 국민기업으로서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KT 건물에 가보면 황창규 회장님의 교시 말씀처럼 국민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곳곳에 스티커가 붙어있다"면서 "국민기업이라고 말할 때 민망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안진걸 위원장은 "국민기업이란 건 특정 재벌 이익 또는 소수 대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업형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게 국민기업 이미지"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그런데 KT는 국민기업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보호는 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반국민, 반사회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 처음부터 아니라고 했으면 모를까, 국민기업인 척 국민들을 울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진걸 위원장은 "KT의 성장과정을 보면 철저히 세금으로 인프라를 깔고, 공기업으로 상당기간 존재해왔다. 그런데 국민에 복무해야 할 KT가 국민을 기만하고 등치고 있다"면서 "KT는 유선시장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압도적 지위를 누리고, 무선통신에서도 2위 사업자로 공룡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허가 사업자로 정부지원은 다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내부 이사회 담합은 물론이고 통신3사와 담합해 통신요금도 거의 같고 데이터 요금은 0.5Kb당 0.275원으로 소수점 3자리까지 같다"고 말했다.

안진걸 위원장은 "혜택은 다 누리면서 실제 KT의 사업, 영업, 경영을 보면 이석채 전 회장의 불법비리부터 황창규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고, 노동자들에게는 대를 이어 반노동행위, 노조파괴행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런 KT가 국민기업으로 존속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위원장은 KT 이사회의 담합적 행태와 관련해 "사외이사 추천 절차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은 "(KT이사회는) 절대적 위임 권한을 행사하는 사외이사가 다시 추천위원회를 만들어서 유리한 거수기만 불러들여 반대표결도 없다"면서 "KB금융도 거수기 이사회라고 거세게 비판을 받고 있는데 거긴 반대표결이 두 번은 나왔다. 형식적으로라도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진걸 위원장은 KT가 새 출발을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거론했다. 안 위원장은 "KT가 정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적 책무를 다하는 존경 받는 통신대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이사회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KT가 새 출발 하려면 그 시작은 황창규 회장의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위원장은 "국민들은 유·무선 공룡기업 KT의 횡포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런 것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분이 CEO, 이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진걸 위원장은 KT이사회 구성과 회장 임명 방식으로 최근 KBS, MBC가 실시한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식 채택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최근 KBS나 MBC 사장 추천 과정을 보면, 시민 공청회도 거치고, 컷오프도 하고, 공론화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물론 공영방송은 KT보다 공기업의 성격이 강해서 가능했겠지만, 통신이라는 공공재를 다루는 KT라면 이런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KT 본사. (연합뉴스)

KT 재공공화 의견도 나와…"KT이사회 정관, 이사회 절차 규정도 없어"

정연용 KT본사지방본부위원장은 KT를 다시 공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 위원장은 "현재 KT의 문제는 단순한 지배구조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20년 민영화의 역사로 현재의 문제를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현재 발생하는 CEO리스크, 경영의 문제를 떠나 노동의 문제가 사장된다. 이러한 대안은 노동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KT에서 진정으로 노동인권, 소비자 권익, 사회적 공공성, 직장의 민주주의가 확대되려면 재공공화, 국유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안진걸 위원장도 KT의 재국유화 방안에 일리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 위원장은 "정 위원장 말씀처럼 KT 직원들은 재공영화, 재국유화 이런 결론을 많이 내고 있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을 늘리거나,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 등도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현배 전국통신소비자조합 이사는 KT 이사회 정관도 정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권한까지 위임 받을 수 있게 돼있다"면서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할 수 있다고 규정이 돼 있는데, 어떻게 해임하는 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사회의 절차에 대한 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현배 이사는 "결국 KT회장은 '이 회사 내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이를 혁신하려면, 주주·국민이사회로 진출해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하고, 공적·시민평가기구를 만들어 이사진의 실적, 능력, 평가와 임기, 연봉, 특혜, 처벌을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